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2020.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투기 의혹과 관련해 책임론이 일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했다.
이는 LH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는 데다 4·7 재보궐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변 장관 경질론을 문 대통령이 조기에 수용해 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를 김 정책실장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유 비서실장으로부터 변 장관의 사의를 보고를 받은 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변 장관은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 관련 입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하순쯤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변 장관이 예상대로 3월 하순에 물러나게 된다면 임명(2020년 12월29일)된지 석달 만에 퇴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이고 일정이 대체로 공개돼 있어 참고하면 될 것"이라며 "아마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시점까지의 적절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변 장관의 경질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 선을 그어왔다.

직전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은 이번 사태 초기였던 지난 4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들에 대해 "신도시 지정을 알고 땅을 산 것은 아닐 것"이라며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거센 비판론에 직면했었고, 이에 민주당 내에선 변 장관의 책임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내부 회의에서 "2·4 부동산 대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10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2·4 부동산 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2·4 대책의 총설계자인 변 장관의 경질설을 사실상 일축했었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경질에 관한 언급을 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늘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도, 당 일각에서 조금 전에 질문에 경질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는데 여당 원내지도부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거리를 뒀다.

이날 오후 3시까지도 기류는 동일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지금 이 시간 현재, 일전에 이 자리에서 답변드린 것과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변 장관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수용한 것은 LH 투기 의혹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다시 최저치(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40%)보다 2%포인트 하락한 38%였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3%포인트 상승한 54%로, 그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31%)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다.

특히 4·7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조기에 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준 측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는 당 대표 퇴임 직전인 지난 8일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변 장관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은 2·4대책 추진을 위해 변 장관을 지키려다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민주당은 물론 향후 자신의 국정운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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