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가 출연하는 tvN 드라마 '빈센조'가 과도한 중국 PPL 논란으로 빈축을 샀다. /사진=tvN 제공
잘 나가던 tvN 드라마 '빈센조'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4일 방송된 '빈센조' 8회에서 주연 배우 송중기가 중국 회사가 만든 비빔밥을 먹는 장면에서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간접광고(PPL)가 등장한 것.
해당 장면은 한국이 아닌 해외 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지만 중국 기업의 비빔밥 제품 PPL은 자칫 한국 음식을 중국 음식으로 보이게 할 우려를 낳았다.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등 한국의 고유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동북 공정'으로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던 상황에 불거진 중국 PPL 논란의 역풍은 거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PPL은 한국을 타기팅(Targeting) 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국 드라마의 전 세계 영향력을 통해 수많은 나라에 제품 홍보를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려되는 건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겐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제품이 중국 업체와 청정원의 합작 브랜드라는 일부 의혹이 불거지자 대상 청정원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청정원은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산한 김치 원료를 단순 납품할 뿐이며 합작의 형태가 아니다"며 "당사는 국내 마케팅 활동이나 PPL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제품 공동 개발 등의 협업 활동 또한 없다"며 선을 그었다.

中자본 침투한 한국 드라마, '여신강림'=대륙강림?

국내 드라마에 중국발 PPL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PPL이 등장했던 '빈센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여신강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랑의 불시착'. /사진=tvN 방송캡처
tvN의 과도한 중국 PPL은 앞서 방송에서부터 지적됐다. 지난 2월 종영한 tvN '여신강림'에서는 극중 여고생이 중국 유명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自)의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버스정류장 배경에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東)의 로고가 PPL로 등장했다. 이같은 '여신강림'의 중국 제품 PPL과 관련해 일부 시청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여신강림 PPL 관련 민원(기준 5건)을 넣었다.

2019년 방영된 tvN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징둥닷컴의 PPL이 등장했다. 남자 주인공 리정혁(현빈 분)이 백화점 문을 여는 장면에서 문 양옆으로 징둥닷컴의 포스터가 노출됐다.
2018년 방송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도 중국 기업의 PPL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게임 속 가상의 적을 피해 명동의 한 옷가게 탈의실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포스터가 노골적으로 등장한 것.

2021년 방영 예정인 동명의 웹툰 원작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중국 대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아이치이(iQlYl) 오리지널로 제작된다. 한국에서는 tvN에서 방송되며 해외에서는 아이치이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단독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중국의 본격적 한국 미디어 시장 침투에 대중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

'차이나 머니' 제작비 확보 이해한다지만…

최근 계속된 드라마 PPL 논란에 대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물론, tvN, 나아가 CJ ENM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진=CJ ENM 홈페이지 캡처
중국발 PPL 논란에 대해 드라마 제작사도 할말은 있다. 한국의 드라마 콘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으면서 'K-드라마' 열풍이 일었고 완성도를 위한 드라마 시장에 유입되는 '차이나 머니'는 제작비 확보 측면에선 효용가치가 있는게 사실이다. 미니시리즈 기준 회당 평균 제작비가 6억원 수준까지 올라 2010년대 초반 2억원에 비해 3배나 늘었고 한류 시장 위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작사들이 중국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문화 잠식·역사 왜곡 등 PPL 영역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몰입을 방해하고 더욱 노골적인 PPL이 범람해 '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기를 읽지 못하고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입으로 시작된 과도한 PPL 논란은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물론 tvN, 나아가 CJ ENM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영화, 드라마, 음악, 공연 등 문화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며 대한민국 대중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CJ ENM. 한국 문화 세계화에 앞장선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된다면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국가 사이의 벽을 허물다 못해 문화·역사까지 왜곡하는데 앞장선다는 조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