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해 8월 말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퇴임한 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2선으로 물러났던 이해찬 전 대표가 다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빠진 여당이 이 전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세 결집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이 전 대표 특유의 화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시사타파TV'와 18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했다. 또 같은날 녹화했던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19일 저녁 방송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앞선 방송에서 작심한 듯 특유의 직설적 표현으로 야권에 독설을 날렸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자영업자" 또는 "MB키즈"로 비유하는가 하면, 안철수 후보에는 "자기 당을 제대로 할 생각을 못 하고 남의 당이나 기웃거린다"고도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나선 것은 현재 여권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산은 물론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에서도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 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훈·김진애 후보와의 단일화 역시 큰 홍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자칫 야권 단일화를 마치기도 전에 여권이 조기에 패배론에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활동 재개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요즘 (서울)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처음 방송을 시작했다. 선거에 도움이 되기 위해 나섰다. 간접 지원하는 일을 이번 선거 때까지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총선을 해보니 여론조사 3분의 2는 장난친 것이더라. 그런 것에 속지 말라. 앞으로 (선거까지) 20일이나 남았다"며 "포기 말라. 낙담 말라"고 거듭 독려했다.
이 전 대표는 7선 국회의원에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여권의 원로다. 대표적인 선거 전문가로 불리는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역사상 최대 압승을 이끌기도 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10만원 지급' 공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주진우 라이브와 유튜브 이동형 TV에서 "저 같으면 축제 비용, 전시행정 비용, 불용액을 다 모아서 시민들한테 10만원씩 나눠주겠다"며 "(서울의 경우) 1조원 중 2000억원은 부가세 등 세금으로 회수돼 실제로는 8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날까지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이슈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박영선 후보 캠프도 이에 반응했다. 박 후보는 이날 곧바로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의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친노·친문 좌장인 이 전 대표가 4·7 재보선을 넘어 대선까지 활동을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제치고 대권 1위로 부상했다.
이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스스로 뿌리를 내려 생명력 있는 발광체가 돼야 국민의 동의를 받는 힘이 나오는데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라며 "검증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지지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제했다.
이에 반해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그동안 여러 차례 혹독한 검증을 받았지 않았나"라며 "현재의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등장이 오히려 보궐선거부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유의 직설적 표현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한 건 맞는 말"이라며 "하지만 LH와 관련해 '위는 맑은데 아래가 그렇다'는 말씀은 안 했어야(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시사타파TV 방송에서 "고위층은 그래도 많이 투명해졌는데, 산하기관, 지역에 가면 아직도 재산신고 안 하는 분들이 많다"며 "근본적으로는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들에 대해서 징벌적으로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표 당시는 시기가 물 들어올 때라 선거가 쉬웠는데 대통령 임기 말인 지금은 말조심, 겸손, 비전 제시가 답"이라며 "화난 국민 골 지르는 말은 참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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