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다음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뉴스1

연일 수상 소식으로 화제를 모으는 영화 '미나리'는 전 세계를 넘어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올 봄 최고의 흥행작으로 지난 1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는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3개 부문에서 동시 후보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으로 등극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됐고 스티븐 연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1만3375명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앞서 3일 개봉한 뒤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나리'의 누적 관객 수는 73만431명이다. 2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으로 1만1817명을 모아 누적 137만3366명을 기록했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왼쪽)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포스터. /사진=㈜판씨네마, 워터홀컴퍼니㈜ 제공

새 역사 쓰는 '미나리' vs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당한 '귀멸의 칼날'


지난 1월27일 개봉한 영화 일본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어둠 속을 달리는 무한열차에서 귀살대와 예측불가능한 능력을 갖춘 혈귀의 일생일대 혈전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장판은 TV 시리즈의 마지막 편과 연결됐다. 일본에서 19년간 정상을 지켜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난해 전 세계 영화 흥행 수익 5위를 달성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 지명에선 결국 호명되지 않았고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 부문 노미네이트에도 실패했다. 아사히, 산케이 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전하며 씁쓸해 했다.
오스카를 향한 한국과 일본의 희비는 지난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연출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까지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해에 쓴 역사적 기록이어서 더 큰 의미를 남겼다.
지난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왼쪽)과 분장상을 받은 카즈히로. / 사진=로이터

한국 영화인 정체성 강조한 '봉준호' vs 일본 문화 싫어 미국 귀화했다는 '카즈히로'

반면 미국 방송국의 성폭력 스캔들 실화를 그린 '밤쉘'의 특수 분장을 맡아 2018년 '다키스트아워'에 이어 두 번째 분장상을 받은 일본 출신 카즈 히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며 "일본에선 꿈을 이루기 어려웠고 그곳의 문화가 싫어 미국에 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3월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으로 귀화했으며 이름도 카즈히로 츠지에서 카즈 히로(Kazu hiro)로 바꿨다.
이 같은 가즈히로 츠지의 발언은 오스카 레이스 내내 '한국영화 100주년'임을 강조하고 수상 후에도 "이 트로피는 한국의 첫번째 오스카 트로피다", "충무로에 있는 영화인들에게 존경을 바친다"라며 한국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난히 강조했던 봉준호 감독의 모습과 대비돼 더욱 주목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