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제6회 '서해수호의 날'(26일) 기념식 행사 당시 정부가 4·7재보궐선거 기간임을 이유로 정치인의 참석을 제한한 사실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청원인은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립니다'는 26일자 청원에서 "며칠 전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하고 말았다"며 "바로 국방부에서 천안함 폭침 11주기 '서해수호의 날' 추모식에 유승민(전 의원), 하태경 의원의 참석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뉴스였다"고 적었다. 이 청원인이 실제 사관학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유 전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재보궐선거(4월7일)를 앞두고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은 참석하지 못하도록 국방부가 지침을 하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하 의원도 이튿날 비슷한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국가적 추모 행사에 여야가 어디 있으며, 정치·이념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이냐"면서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 대부분이 야당 정치인이므로 참석 여부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니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정치적 논란은 정치권이 아닌 국방부에서 만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선거가 '서해수호의 날' 추모식 전에 열린다면 계속 정치인 참석을 제한할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야당 정치인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국민"이라며 "이들이 추모행사에 참여해 영웅을 기리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또한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많은 국민들은 추모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바쁜 생업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다"며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국가가 영웅을 잊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면 이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막아야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님께 청원한다"고 적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과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26일),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23일)으로 북한군에 희생된 군 장병들(서해수호 55용사)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3월 넷째 금요일)이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참석 대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번 행사의 정치인 초청 대상을 각 정당 대표와 국회 정무·국방위원장으로만 한정했다가 행사 하루 전인 25일 국회 정무·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까지로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엔 유 전 의원 페이스북 내용 등을 근거로 '국방부가 정치인 참석을 막았다'는 주장이 이미 퍼진 뒤였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서해수호의 날'의 경우 천안함 피격 11주기(3월26일)와 겹치는 바람에 기념식 장소가 기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그간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려온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 사령부로 바뀌었고, 이 때문에 "선거기간 중 정치인들의 군 장병 면회 및 부대 격려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즉, 군 입장에선 재보궐선거 기간이어서 규정대로 시행한 것뿐인데, 정치권에서 이 같은 배경설명 없이 "참석을 거부당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4·7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서해수호의 날' 하루 전인 3월25일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의 정치인 참석 문제에 관련해 청원을 작성한 청원인의 신분이 실제 사관생도일 경우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것일 수 있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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