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 제품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추락을 시작한 제약·바이오산업 이미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 이후 발매 가능한 복제의약품(제네릭) 시장이 무더기 허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수십여 제품이 서로 다른 이름표를 달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제약 품목허가에 따르면 2020년 허가를 받은 복제약은 3353개에 달했다. 2019년(3957개) 보다 15.3% 줄었지만 무분별한 복제약 허가라는 오명은 여전했다.

복제약 허가는 201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 610건에 그쳤던 복제약 허가 건수는 2013년 1111건으로 늘었고 2015년엔 1728건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9년 역대 최고치(3957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처럼 최근 8년간 복제약 허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무제한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과 위탁생산’(무제한 공동생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단식 약가 ‘극약처방’에도 무더기 허가는 여전

2010년까지는 퍼스트제네릭 지위를 얻기 위해 시판 후 조사(PMS)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알박기’가 성행했다. 당시엔 복제약 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상위 제약기업이나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담합으로 고의적으로 약가를 낮게 산정한 꼼수 기업이 그 중심에 있었다.

약가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생산단가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후발 복제약 개발이 줄었다. 한국 내 약가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와 함께 계단식으로 내려간다. 품목 허가 순위가 늦어질수록 약가도 낮아지는 구조다.

2011년 당시 이명박정부는 값싼 복제약 장려정책을 펴면서 무제한 공동생동을 허용했다. 허용 이후 복제약 시장에선 기현상이 펼쳐졌다. 알박기 부작용을 넘어서는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든 것. 정부는 무더기 복제약 허가를 막기 위해 2019년 계단식 약가 제도를 부활시켰다. 과거처럼 약가 메리트가 떨어지면 후발 복제약 허가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정부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계단식 약가가 부활한 2019년 복제약 허가는 정점을 찍었고 2020년에도 3353개 품목이 복제약을 허가받았다. 올 들어서도 3월23일까지 허가된 복제약은 742개에 이른다. 3년 연속 3000개 이상의 복제약 허가도 가능한 속도다.

국내 대형제약기업인 A사 관계자는 “계단식 약가 인하에 따라 21번째 복제약부터는 약가 상한선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20번째 안에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21번째 이후부터는 복제약 허가 의지가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지만 이는 오판이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넥스·비보존제약 사태는 예고된 참사

무제한 공동생동의 폐단은 ‘무더기 허가’가 아닌 일부 제약사 그것도 ‘위탁 제조업체의 일탈’로 인해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됐다.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부 품목의 제조 및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중앙위해사범수사단으로 넘어가 조만간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은 복제약 CMO(위탁생산) 사업을 영위해 왔던 중소형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허가받은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의약품을 임의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이넥스는 허가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임의조제한 혐의로 식약처로부터 일부 품목 제조 및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스1
B제약사 약가담당자는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이 고의로 의약품을 임의제조했는지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공동생동을 허용한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복제약은 무더기로 허가해 주고 위탁제조에 대한 실태조사 등 사후관리는 뒷전이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서야 전국 30여개 위탁 제조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업계도 같은 맥락에서 무제한 공동생동을 비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무제한 공동생동이 허용되면서 의약품이 붕어빵 찍어내듯 생산되고 식약처는 이를 무더기로 허가해줬다”며 “1+3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공동생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주장처럼 식약처 허가를 받은 복제약 대부분은 위탁생산되고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위탁제조되는 복제약은 전체 복제약 2만4885개(2020년 7월 기준) 가운데 62.6%인 1만5572개로 나타났다. 자사 제조는 37.4%(9313개)에 그쳤다.

위탁제조 비율은 수탁 제조사가 많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1(위탁제조사)+11(수탁사)’ 이상이 56.2%로 과반을 넘었다. 반대로 ‘1+3’ 이하에서는 자사제조 품목 비율이 87.9%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1+3’ 법안 탄생 이유이기도 하다.

‘1+3’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정)은 “위탁(공동)생동을 무제한으로 허용한 결과 생산실적조차 없는 제네릭이 난립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부당경쟁이 촉발돼 의료기관에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생동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 의약품 품질 제고와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조성하고 제약기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제약산업 발전과 글로벌 제약 강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