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계속되는 '내곡동 투기 의혹' 공세에도 서울시장 보궐 선거 판세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거 구도를 '인물 대결'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역풍에 가려지면서다. 고강도 LH 사태 후속대책에도 등 돌린 부동산 민심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민주당에서는 그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성론이 등장했다. 당내에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 후보대 후보 대결로 재보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연일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내곡동 공세는 지난 9일 천준호 의원의 의혹제기로 시작됐다. 당시 천 의원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36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았다고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주택국장 전결 사항이라 몰랐다'고 해명하는 동시에 양심선언이 나올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하자 민주당은 내곡동 투기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공개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오 후보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전날(30일)에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내곡동 신규택지 개발사업을 시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선정해 3급 이상 실·국장에 매달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세는 LH 사태로 불거진 공직사회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으로 연결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민심은 냉정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오 후보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6~27일 이틀간 실시해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47.3%의 지지율로 박 후보(30.6%)를 16.7%포인트(p) 격차로 따돌리기도 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이 같은 여론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연이은 '오세훈 때리기'에도 서울시장 보선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지난 17대 대선과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정권교체에 힘이 실리면서 큰 격차로 진보 진영이 패했기 때문이다.
17대 대선 데자뷔를 우려한 듯 민주당은 인물론 중심의 선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지 않고서는 재보선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부동산 때문에 인물의 읍소가 잘 안 드러나고 있다. 일종의 먹구름이 끼어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를 걷어내야 후보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LH 사태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지 않고서는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LH 사태뿐만 아니라 그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앞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으로서 부동산 문제는 진심으로 사과드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어느 것 하나 집값 올리란 정책은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더 심각한 건 우리 정부·여당의 잘못된 자세, 태도였다. 현장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지는데 우리는 잘못 없다고 똑똑한척 했다. 우리 정책 의도가 옳아도 현실과 현장에서 집값이 그렇게 뛰었으면 왜 안 맞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겸손하게 돌아보고 국민께 사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전날 유세 현장에서 "요새 부동산 때문에 시민 여러분 화나고 속상하신 것 잘 알고, 저도 화나 죽겠다"며 "부동산에 대해서 속상하신 것, 저희들이 반성하면서 고칠 것은 고쳐나가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LH사태를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당내 기류 변화와 관련해 "오 후보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판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강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그런 것이 있어야 선거구도를 인물 대결로 바꿀 수 있다. 전략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리가 재평가를 하고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밝히고 대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시민과 소통이 가능하다"며 "당 내부의 절실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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