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나는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소수의 서브라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지낸다. 서브라임 프로그램은 자립하는 인간,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몸, 마음 그리고 영혼을 자극하는 훈련이다. 이 프로그램이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를 위한 새로운 교육이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가 마음속에 자신의 개성을 살릴 보화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남이 좋다는 것에 쉽게 눈길을 돌리고 마음을 뺏겨, 자신이 아닌 남을 살고 있다. 그런 삶은 행복한 삶의 공식인 신명이 없다.
원생들은 매주 라틴어 원문 암기, 펭귄 모던 클래식 1권 독후감, 에머슨 에세이 독후감을, 매일 일기 쓰기를 제출하고 확인받아야 한다. 이런 지적인 훈련의 기반은 신체단련이다. 원생들은 아침 일찍 등교하여, 가만히 눈을 감고 묵상을 하거나 수피 시인 루미(Rumi)의 시를 감상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명상은 보기, 걷기, 호흡, 그리고 생각 훈련이다. 눈을 감는 행위는 눈을 떠서 보는 행위를 기적으로 여기라는 부탁이며, 두 눈으로 반드시 봐야만 할 것을 응시하라는 자각이다. 두 발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발을 움직였을 때, 쓸데없는 곳에 가지 말고 반드시 가야만 할 곳을 향해 정진하라는 독려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살펴보는 여유는, 이 순간을 의식하고 장악하여 순간을 영원처럼 살라는 부탁이다. 그리고 생각은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관찰하는 행위다.

원생들은 점심식사 후 근처 도산공원을 묵언으로 다섯 바퀴 돈다. 정기적인 산책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도산공원 한 바퀴를 정성스럽게 도는데 7~8분 정도 걸리니, 다섯 바퀴는 거의 40분이 걸린다. 오늘 나를 만들어 준 종교는 산책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골에 살면서 달리기와 산책이란 의례를 행해왔고, 지난 7월 서울로 이사 온 이후 집 근처 야산으로 하루에 두 번씩 '이른 아침과 늦은 밤 산책'이란 '예배'를 드린다. 산책이 하루 삶의 시작이며 마지막이다. 오후 5시에 원생들과 함께 요가훈련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 확산 문제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도산공원 곳곳에 도산의 명언들이 새겨진 기념물들이 많다. 며칠 전 나의 눈길을 잡은 비석은 이것이다. 나는 그 비문 앞에 한참 서서, 이 문장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하나를 건전(健全)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민족(民族)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唯一)한 길이다."

도산에게 유일한 인생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대중, 혹은 민족을 개조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이 아니다. 그는 일생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개조시켰다. 인격이란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품격이다. 품격이란 그 사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인상이나 아우라다. 품격은 그 사람이 지닌 배경이나 환경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깊이 응시하여, 인생이란 연극 무대에 올라 자신의 역할에 온전히 몰입할 때 그(녀)의 언행을 통해 풍기는 향기다. 아무리 그가 향수를 뿌리고 멋진 옷으로 도배를 해도, 그의 몸에서 나오는 품격이란 향기를 막을 수는 없다. 남에게 보이기를 원하는 치장은 언제나 어색하고 궁색하다.


인간의 품격은 지금-여기에서 그가 모든 것을 바쳐서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이며, 그 일을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기품이자 용기다. 도산은 자신을 '건전한 인격'으로 만들기 위해 일생을 수련했다. '건전'이란 자신이 일생을 통해 이루어야 할 시나리오이며, 일생을 통해 갈고 닦아야 할 고귀한 의무다. 그런 사람은 온전하고 평온하다. 건전의 한자 건(健)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원대한 꿈을 붓(聿)을 들고 일기장에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그 계획한 바를 발과 몸으로 과감하게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삶을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귀한 옥(玉)으로 여겨 소중하게 간직하는 수련자다.

리더들은 남을 자꾸 가르치려 한다. 리더는 동서고금을 통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에게 리더인 사람들이었다. 남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리더인 척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자신에게 리더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자연스럽게 따른다. 리더는, 스스로에게 리더가 되어보라는 가르침을, 자신의 일생 언행을 통해 묵묵히 보여주는 자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가 선진사회다. 민족의 지도자는 그런 사람이다. 도산은 민족이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건전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리더이십니까? 당신은 건전하십니까? 당신은 스스로에게 별입니까? 서브라임 원생들과 함께 건전한 인격을 수련하고 싶다.

'도산공원 내 비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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