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 검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1.4.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한유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다. 자의적인 수사·기소권 행사로 비판 받아온 검찰의 72년 기소독점 체제를 허문다는 헌정사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여당의 입법독주로 출범했다는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증명하라는 더욱 강력한 요구를 받는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100일만에 '정권 사수처', '수사 방해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적 의도의 '공수처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수처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친정권 성향으로 차기 검찰총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황제 조사'가 대표적이다. 김진욱 처장이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 이 지검장을 '에스코트 조사'했다. 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보도되며 치명상을 입었다. 관용차 제공을 둘러싼 해명 과정에서 보도자료를 허위 작성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일련의 사건들은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호 사건도 선정하지 못한 상황에 김 처장은 자신에 대한 여러 건의 고발사건과 비판 여론에 발목이 잡혀있다. 김 처장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납득할만한 수사 성과뿐이다.


문제는 수사성과를 내야 하는 검사와 수사관마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검사 정원 25명도 채우지 못한 미달 사태는 뼈아픈 대목이다. 공수처 신임 검사 13명(부장검사 2명 포함) 중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가 4명이고 특별수사 경력자는 전무하다. 수사 성과를 통해 '공수처 흔들기'에 맞서려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사건이첩과 기소권한 등을 두고 검찰과 거칠게 충돌한 것도 뇌관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보니, 참고할 전례도 기준도 없어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100일간 공수처가 보여준 시행착오와 한계를 극복하려면 공수처법 개정 등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이라도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사인력의 적정 규모와 조직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 법을 바꾸든지 검사와 수사관 파견 등을 확대하든지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공수처와 검경의 업무 협조 범위를 늘리고 사건이첩을 포함해 분쟁이 생길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패키지 딜'이라도 해서 합리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수처가 검찰과 계속 싸우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공수처가 권한을 두고 싸우면서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가 지연될수록 과연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들의 의구심만 커진다"며 "공수처의 원래 취지에 맞게 서둘러 보완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1.1.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공통된 지적은 수사인력 문제다.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검찰 등에 사건 이첩은 필연적인 구조다. 공수처의 수사인력을 늘리거나 수사 대상과 관할을 줄이지 않고서는 검찰과 이첩 관련 갈등은 해결될 수 없는 맞물린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권한은 큰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결국 공수처법을 개정해 관할 범위를 줄이든, 인력을 늘리든 해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공수처가 담당해야 할 사건이 검찰 사건의 10%라고만 잡아도 수사인력이 300명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공수처 검사가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면 13명뿐인데 무슨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 파출소 규모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이첩 문제에 더 예민해 하는 것 같다"며 "이첩되거나 접수된 사건의 90%는 쌓아놓고 손도 못댈텐데 지금이라도 공수처법을 개정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기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은 공수처가 검찰과 대립하고 지분을 챙길 때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때"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민들은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같이 검찰 관련 갈등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다"며 "공수처가 검찰과 갈등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의지와 능력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검사 활동 이후 특혜를 노린 대형 로펌들이 소속 변호사들의 공수처 지원을 독려하면서 '후관예우' 문제도 지적됐다.

한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로 로펌 입장에서는 소위 '돈이 되는 사건' 들이다"라며 "로펌으로서는 군침이 도는 사건이니 투자하려 할 것이고, '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수처장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 개정 요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검찰의 공수처 견제와 야권의 공수처 흔들기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3일 곽상도·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를 항의방문한 바 있다.

공수처 한 자문위원은 "어느 기관이나 출범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공수처는 아무 전례도 없지 않느냐"며 "공수처 폐지 운운하며 몰아세우기보다는 이제 하나하나 기준을 만들고 원칙을 세워가야 하는 단계로, 자문위 차원에서도 적합한 법률 등 사례를 검토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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