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NYSE 앞에 서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29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반적인 여론은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공정위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외국 국적자를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는 만큼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김범석 총수'냐 '외국인 특혜'냐

공정위는 29일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각 그룹의 총수 지정을 발표한다.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과 총수 지정의 관심사는 쿠팡이다.

애초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 점을 감안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유통업계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 특혜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여론을 수렴해 쿠팡 동일인 지정 문제를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고 '법리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기업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총수 지정 여부를 정한다. 총수는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로 집단지정 자료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진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쿠팡이 매년 제출하는 '지정 자료'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각 대기업 집단으로부터 지정자료라는 이름으로 총수 일가의 보유현황 등을 매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쿠팡 지배자는 누구

‘제2의 쿠팡’ 같은 성공 신화를 꿈꾸는 스타트업 업계는 대체적으로 김 의장을 쿠팡 총수로 보고 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이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 구성원 중 60.5%가 '쿠팡 총수는 김 의장이다'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70.4%는 '김 의장이 미국과 한국 쿠팡에서 모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김 의장의 총수 지정을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검은 머리 외국인은 한국인과 동일한 법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응답자도 62.3%나 됐다. 

27일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의 총수냐'라는 질의에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어 공정위는 '김 의장은 쿠팡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라는 질의에 대해 "김 의장은 쿠팡Inc(쿠팡 모회사) 지분을 10.2% 보유하고 있지만 1주당 29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가중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76.7%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쿠팡Inc의 CEO(최고경영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내회사 쿠팡에서는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라며 김 의장이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