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가운데 한 여론조사에서 가입자 중 78.6%가 종이서류 제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과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함께 등 3개 시민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26일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2%가 최근 2년 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로 가장 많았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사유로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이었다.
실손보험 청구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불과했다. 반대로 실손보험금 청구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나 됐다.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빙서류를 전산시스템으로 발송할 경우 민간 핀테크 업체나 보험업 관련 단체를 통하기보다는 개인정보보호가 잘되고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소비자단체들은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 3900만명의 편익 증진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당수 국민이 불편한 절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이해당사자의 눈치만 보다 정작 국민들의 불편을 외면해온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1대 국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총 4건이 발의돼 있다. 시민단체와 보험업계는 모두 찬성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보험은 환자와 보험사, 즉 민간 간의 계약인데 병원이 보험금 청구를 대행하는 건 맞지 않고, 민감한 의료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