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을 9개월여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판 키우기'에 돌입했다. 광주·구미·봉하·부산을 오가며 '지역 통합'을 다지는 동시에 '대권 주자' 후보군을 넓혀 경선 흥행을 달구는 투트랙 전략이다.
2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20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연달아 방문했다. 같은날 오후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지역 민심을 챙겼다.
불과 엿새 만에 Δ5·18 민주화운동 Δ노무현 전 대통령 Δ박정희 전 대통령 Δ6·25 참전용사 등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관통하는 '순례길'에 오른 셈이다.
특히 김 권한대행은 원내대표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광주를 두 차례 찾으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지난 7일 새 지도부와 함께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친호남을 떠나 핵(核)호남이 돼야 한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는 물론 초선의원들도 광주행 열차에 몸을 실으며 '호남 구애'에 힘을 쏟았다. 당내에서는 "헌법에 5·18 정신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친(親)호남' 노선이 과거보다 전향적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 외연확장을 위한 선언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면서 '호남 구애'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운천·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5·18 유족회의 초청으로 광주를 찾았다. 보수정당 의원이 5·18민주유공자유족회의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밖으로 '동서화합'에 속도를 내는 한편, 안으로는 '대권주자 후보 라인업'을 확대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을 야권 주자로 띄워 '대선 흥행'의 불을 지피겠다는 속내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아니다. 정권심판과 정권교체 기수"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의 민낯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고, 소신껏 불의에 저항한 분들이다.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은 전날(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범야권 대권주자 모두를 아우르는 '대선 경선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주 의원은 "김병준, 김태호, 유승민, 원희룡, 황교안 등 당내 후보뿐 아니라 김동연, 안철수,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등 범야권의 대선후보들을 한데 모아야 한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 1대1 토론을 하면서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해라. 국민들이 얼마나 재밌어하고 관심을 갔겠나"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이중행보'의 방점은 내년 대선에 찍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호남 민심'을 파고들어 지지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야권 대선주자 다변화로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계산이다. 대권 도전과 국민의힘 입당이 불확실한 '윤석열 리스크' 줄이기라는 진단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가 과거와는 차별점을 보이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균열구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이 대권주자 후보군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선판을 먼저 키워야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도 다양한 주자들이 나오면서 여당보다 훨씬 주목을 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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