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대중 견제 측면에서 한 달 전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과 비해 수위가 한층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정부가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발표한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쿼드와 남중국해 안보, 대만 문제가 거론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자유'와 '개방'을 중시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쳤으며 중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해협 관련 내용이 최초로 한미 공동성명에 포함됐지만, 양안관계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도 원칙적인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적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측은 일관되게 중국과의 관계가 경쟁해야 할 때는 경쟁하고 적대적이어야 할 때는 적대적이어야 하지만 협력할 수 있을 때는 협력한다고 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과 달리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어려운 판단을 해오던 한국을 미국이 한 발짝 끌어당기면서도 '중국 리스크' 관리를 배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문구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미 양국이 수많은 협상과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반면 미일 정상은 지난달 16일 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해상청구 및 활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에 더해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또 "중국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우려를 나누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공동 관심분야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노골적으로 대중 견제 방침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 이어 발표한 공동성명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일 연합 성명은 중국의 내정에 거칠게 간섭할 뿐 아니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중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어느 나라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짧게 반응했다. 환구망과 신화망 등 중국 관영언론들도 한미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거론됐다면서도 직접 비난보다는 수위가 더 높은 미일 성명을 대신 언급하며 "내정간섭"이라고 에둘러 비판할 뿐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는 평소에도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가져오고 있다. 주한중국대사관, 주중한국대사관을 통한 상시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중국측의 입장은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 등을 통해 공개가 되고 있지만,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미 공동성명은 미일 성명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생산 협력"을 명시함으로써 한국의 백신 생산역량을 인정했고, 반도체·배터리 분야 경제협력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는 점, 가정폭력·온라인 착취 등 여성학대와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더 구체적으로 내실을 다졌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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