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소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 열린 '한국전 영웅 추모식'에 참석, 참전용사들에게 인사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61)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계의 실질적 협력에 다리를 놓으며 민간 경제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최 회장은 5월21일(현지시각)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길에 동행했다. 최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진행된 양국 정상의 교류 행사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제사절단 규모가 역대 최소로 꾸려진 탓에 국내 경제단체장 가운데 유일한 참석자인 최 회장의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폭넓은 대미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국 경제계의 우호적 협력관계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번 방미 기간 내내 최 회장의 광폭 행보가 이어졌다. 첫날부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3대 산업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했고 양질의 일자리와 환경보호 등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적 가치 창출도 약속했다.

현지 주요 인사와의 회의와 면담도 이어졌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양국 경제 현안을 논의했고 미 정보통신산업협회(ITI)의 제이슨 옥스먼 회장, 롭 스트레이어 부회장과 회의를 통해 반도체와 정보통신 협력에 머리를 맞댔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의 조슈아 볼튼 회장, 폴 덜레이니 통상·국제담당 부회장 등과도 화상 면담을 갖고 양국 재계의 협력방안도 모색했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회의를 갖는 등 전략 분야 전문가와의 네트워킹도 강화했다.


SK그룹 총수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소화했다. 최 회장은 이 기간에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조지아를 ‘고향’으로 여기는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SK의 배터리 공장을 기반으로 지역 일자리 활성화와 경제 부흥을 염원하는 조지아주 관계자들에게 직접 투자 의미를 확인시킴으로써 양국 민간 경제협력의 신뢰를 한층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공장 방문에만 그치지 않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 열린 ‘한국전 영웅 추모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의 희생과 한·미 혈맹의 의미를 기리는 한편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에도 힘을 보탰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최 회장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번 방미 활동을 기반으로 양국의 교역·투자·공동 연구개발(R&D) 등 민간 차원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방미 기간 최 회장이 제안한 BRT의 방한이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 최 회장은 볼튼 BRT 회장에게 대한상의와 BRT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한국으로 초청했다.

그는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기후변화와 소득격차, 인구감소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경영을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대한상의와 BRT가 서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말한다.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 경영과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의 성공적인 세일즈 외교로 대한상의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을 제치고 재계의 ‘맏형’으로 거듭난 단체다. 청와대도 대한상의를 경제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대표단체”라고 치켜세웠다. 앞으로 ‘재계 대변인’으로서의 최 회장의 역할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재계의 기대감도 높다. 최 회장의 역할 강화에 따라 재계가 갈망하던 규제완화 등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최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상의는 샌드박스를 진행해오면서 규제를 실제 풀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해 왔다”며 “필요한 것은 풀고 그렇지 못한 것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규제완화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