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난 달 28일 내부 게시망에 올린 성인지감수성 내용 중 논란이 된 일부 콘텐츠. /자료제공=대전시
대전시가 직원들을 상대로 벌이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콘텐츠와 관련해 직원들이 역차별과 불쾌함을 호소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성인지감수성의 날’로 정하고 업무 개시 전에 직원홈페이지 내부망에 성인지 감수성 관련 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게시된 성인지 감수성 영상 수준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

논란이 된 웹툰 형식의 영상 내용에는 “내가 서빙 직원도 아니고 손님 올 때마다 이게 뭐야 도대체…”, “아침을 사무실 청소로 시작하는 나…이러려고 입사했나”, “집에서는 독박가사 밖에서는 사무실 돌봄노동!” 등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와 불만을 늘어놓는 모습이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만들어"…"수준 떨어진다"

이날 대전시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는 ‘오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000회 넘게 조회된 이 글의 작성자는 “이건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이런 상황인가? 아니면 성인지 담당관실의 성인지 감수성이 이정도 수준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더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교육 자료를 만든 거 같다. 아직도 여성들이 저런 업무를 하고 저런 상황에 처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다른 직원도 “성인지, 성폭력예방, 성평등… 성(性)자 들어간 교육은 거의 대부분 짜증과 화를 부른다. 남자는 일단 잠재적 성폭력범죄자로 시작하고… 술 따르는 거나 커피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자가 해야 하고… 남자들이 무거운 짐 나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자들이 하는 건 무조건 성차별이라고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저런 교육 왕창 만들어서 득보는 것은 누구냐”며 “교육 강사에, 교육 기관에 이게 뭐냐. 이건 오히려 교육으로 더욱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도 “여성이라서 저런 일을 시킨다는 생각을 깔고 만든 영상이라고 본다. 그럼 남자 직원이 커피타면 괜찮다는 거냐”며 “저도 남자로 급여, 서무 다 봤었지만 손님 오면 서무라서, 아니면 막내라서 응대한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사회의 현실세계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물론, 노골적으로 여성에게 지시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교육 영상이라고 만든 게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으니 아침부터 눈 버렸다”고 불쾌해했다.

전혀 다른 시각의 의견도 올라왔다. 한 공무원은 “젊은 직원 분들은 교육영상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간혹 50대 이상분들 중에는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한 교육”이라면서 “잘하고 있는 분들이 분노하실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전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댓글. /사진=대전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이어 “아직도 손님오면 편하고 어린 여직원에게 차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도 회의 끝나면 뒤처리 생각안하고 나가 버리는 직원들 많다”며 “물론 남자직원들만 그러진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아직도 손님 오면 편하고 어린 여직원에게 차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을 ‘아직도 짐을 옮길 때에는 어린 남직원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로 바꾸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며 “무거운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여직원보다 어린 남직원이 눈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교육할 필요성은 못 느끼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직원은 “요새 트렌드는 화분에 물주고, 차 타오는 건 막내 직원이, 무거운 거 나를 때는 남자 막내 직원이거나, 없으면 남자 차석(팀장 다음 직책)까지 나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전시 외주업체에 성인지교육콘텐츠 구매

대전시는 연간 480여만 원에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부터 12회 분량의 콘텐츠를 링크방식으로 제공받는다. 이 자료에는 다른 기관에서 제작한 콘텐츠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해당사업은 '성인지감수성 충전소'다.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인지감수성은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성인지감수성 콘텐츠 내용과 각 개개인의 생각이 안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콘텐츠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한 바를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하면서 대전시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젠더갈등 언급한 허태정 시장

이 같은 내용이 논란이 되자, 허태정 대전시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젠더갈등을 언급했다. 그동안 대전시의회 등에서 꾸준히 성인지정책 관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특별한 언급수준은 아니지만 노조게시판 등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젠더갈등을 단순히 세대간, 성별 간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섬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젠더문제에 대응해 구성원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