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지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어 민간보험사가 진료 내용까지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공동 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보험업계·의료계·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보험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실손보험은 1999년 출시 이후에 계속 유지되어 왔고, 25년동안 되어오던 청구를 전산화하는 것일 뿐"이라며 "실손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국민의 약 80%다. 청구 전산화를 정부가 나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심평원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에 대해 업무 외 사용 금지, 비밀누설 금지 등 엄격한 통제장치가 법안에 담겨있다"며 "금융거래에 있어서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보험과 의료기관 간 자동전산청구 법안"이라며 "여기서 의료공급자와 민간보험을 계약관계로 만드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심평원은 요양급여내역(진료내역)을 중심으로 한 건강정보이지만,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가입자 정보(재산·소득 등)까지 포함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망라한 것"이라며 "심평원 정보와 건강보험공단 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포괄적·자동적으로, 전자적·정기적으로 이관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정부법 제43조의2 제1항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상 보호되는 민감정보인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게 귀속가능하게 하는 정보인권에 반하는 악법으로 헌법상의 사생활 비밀의 보장권을 형해화하는,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전자정부법 제43조의2 제1항과 같은 행정기관 등의 개인전자정보를 민간 보험사 등 민간에게 포괄적·전자적·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오늘 토론회의 쟁점이 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이 과연 국민의 편의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공적 역할이 가능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형배 의원은 "실손보험은 종이서류 기반의 불편한 청구방법을 고수하느라 국민보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입은 전국민이, 이용은 일부만이' 하는 불공정한 보험상품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