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리가 피해자가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를 읽고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김정근 기자 = "제가 지침을 미숙지 했습니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이갑숙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은 피해 사실을 왜 즉시보고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군 지침에는 부사관 이상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은 최단시간 내에 상세 내용을 국방부에 보고하게 돼 있는데, 공군 양성평등센터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무려 성추행 사건 발생 한 달 뒤에 보고를 했는데 이 마저도 피해 사실을 보고한 것이 아니라 '월간 단위 평가보고서'로 사건을 축소시켰다.


성폭력 사건을 담당해야할 양성평등센터가 기존 지침만 어기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이 중사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별도의 신고센터를 신설해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양성평등센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새로운 기구나 조직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독립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공군은 지난 1월 5일 인권보장 강화를 위해 공군인권나래센터를 신설했다. 6급의 전문상담인력을 새로 채용한 것은 물론, 기존의 법무실 인권과를 2개팀으로 확대개편했다. 인력도 8명에서 13명까지 늘렸다.


그러나 인권나래센터는 이번 사건에서 이 중사에게 아무런 힘이 돼주지 못했다. 힘은커녕 당초 4월까지 만들기로한 업무 매뉴얼도 없었다.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양성평등센터장의 언급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관련 경력만 27년을 지닌 베테랑인데 기본적인 지침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군의 폐쇄성과 지휘관의 지휘 감독하에 있는 조직의 특성상 제대로된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군본부와 법무실은 이번 사건의 은폐, 축소 의혹에 최정점에 있는 조직이다. 양성평등센터는 본부 산하에 있고 법무실 산하에는 인권나래센터가 있다. 사망한 이 중사의 피해자국선변호사도 법무실 인권침해구제팀 소속이다.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과 지휘관 평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외부에 신고체계를 만들거나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군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아예 수사기관을 군 밖으로 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 예가 바로 군옴부즈맨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 피해자 보호와 군에 대한 적극적 외부통제 강화를 위해 군인권보호관 도입을 촉구했다. 군옴부즈맨의 핵심은 불시방문조사권과 자료제출요구권, 사고발생시 즉시 통보 세 가지다.

지난 2014년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당시 19대 국회는 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을 두기로 관련 법안을 의결했으나 군인권보호관 설치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설치 근거조항만 마련됐을 뿐 설치 및 강제 조항 입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 역시 군사보안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군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 내부 인권센터의 독립성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대하기 어렵고 독립성을 사실상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이야기 되는게 군인권보호관인데 옴부즈맨을 밖에 설치해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군 처럼 국방부 장관 산의 독립적인 성범죄 전담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2005년부터 성범죄 관련 컨트롤타워인 성폭력예방대응국(SAPRO)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피해 시점부터 최종 판결까지 전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건에 대한 수사도 별도의 지휘계통으로 이뤄진다. 신고 접수 후 해당부대 지휘관에게 경과를 알리지 않고 사건이 처리되며 피해자 정보 등 세부상황은 비공개 사안으로 분류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만들면 (성범죄전담기구에 대해) 반드시 검토를 같이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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