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김정근 기자 = '친정집에 오는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가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등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 나왔다는 인삿말이다.
이와 관련해 군 검찰단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군은 모두 배제됐고 해당 발언을 한 수사관은 군무원으로 저항감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하면서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군 부사관 강제 추행 은폐 의혹 사건으로 사회 곳곳에서 군사법제도 개혁과 군 옴부즈맨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군 내부 인식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선도 필수 사안이지만 성폭력은 강력 범죄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틀을 깨지 못한다면 모든 대책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군본부 압수수색에서도 볼 수 있듯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엄정한 법 집행도 모자를 판에 군이 서로서로를 '친정집' 운운하는 구조라면 더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범죄에 대한 군의 인식이 얼마나 무감각한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난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내 불법촬영 사건 초동수사 당시 사건을 수사하는 군사경찰이 도리어 피해자를 성희롱했다고 폭로했다.
군성폭력상담소가 입수한 추가 제보에 따르면 군사경찰의 성인지감수성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5월 중순쯤 사건 초동 수사 당시 군사경찰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했다더라. 호의였겠지"라고 말하며 사건 축소를 시도한 것은 물론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라며 성희롱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군 내부 인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된 수사마저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물론 군이 인권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공군만 보더라도 인권나래센터를 개설했고, 법무실 소관으로 인권모니터단을 구성한다던지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점검을 해보니 인권나래센터는 업무 매뉴얼도 없었고 각종 인권정책도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떄마다 지침을 도배하고 외부 전문가를 불러서 이것저것 만들기만 한다"며 "성폭력 사고가 식별이 안된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끊임없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모니터링 해야되는데 군은 인권을 무슨 작전하듯 생각하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면 놔버린다"고 꼬집었다.
촘촘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가 발생한 뒤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사무국장은 "군이 기본적으로 규정과 지침을 만들어도 이 것을 받아들이는 건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일선부대 지휘관들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지침대로 분리시켰다고만 하고 이후에는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 이해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군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처벌과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수성에 기인해 제식구를 감싸고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 2017년 조사를 살펴보면 군사법원에서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한 선고유예 비율은 일반법원 보다 무려 10배가량 높았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주위 동료가 2차 가해를 저질러도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이 중사와 같은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2012년 국방부 성범죄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비롯해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꽤나 많았다"며 "끼리끼리만 의견을 나누다 보니 봐주기식 수사가 이뤄지는 걸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군 내부는 모두가 서열로 정리된다"며 "국선변호사나 군검찰이나 어차피 모두 선후배 관계니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