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야권 대선판이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독자 행보를 갈 길을 개척하고 있고, 부친 상 중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선 출마 후 국민의힘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띄우면서 사실상 '킹메이커' 활동을 재개한 듯 보인다. 여기에 당 안팎의 주자들이 하나 둘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주자간 이합집산에 따른 판세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독자 행보' 개척하는 尹, '현실정치' 기우는 崔
9일 야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근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의 유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과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여권 인사다. 그동안 보수일색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왔던 윤 전 총장이 진보로 한 단계 활동 반경을 넓힌 셈이다.
그는 대선 출마 전후로 윤희숙·정진석·권성동·원희룡·권영세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와 연쇄 회동을 이어왔지만, 지난 7일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면서 보폭을 '범야권'으로 확장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권 접촉면'은 유 전 의원과의 회동 가능성으로 한층 더 넓어졌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한 이용호 무소속 의원하고도 전화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광폭 행보'가 순수한 정치적 이상향의 발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개인의 이름으로 보수와 진보, 중도를 모두 아우르는 '국민통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이제 정치 선언을 했는데 당이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것보다 좀 더 자유스러운 입장에서 민심을 듣고 싶다, 국민의힘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분들과 대화하고 외연을 좀 확대하고 싶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한 야권 인사도 "윤 전 총장이 본인의 힘으로 보수와 진보, 중도층을 통합하고자 하는 순수한 비전을 좇는 것 같다"며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중도층과 진보층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힘에 입당,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현실 정치'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 전 원장의 한 측근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이제 행동을 할 차례"라며 "먼저 자기를 도와줄 스태프를 찾고, 메시지를 가다듬는 것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 전 원장의 재산이나 성품을 볼 때 독자세력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며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뜻하지는 않았지만, 최 전 원장은 지난 8일 부친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됐다. 이날 빈소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조문행렬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인연이 있다"라며 "우리 당은 최 전 원장이 입당하려면 빨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환영의 꽃다발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元 띄우고 尹 때리기…'오세훈 모델' 데자뷔?
당내 대권주자 지형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은퇴했던 '킹메이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원희룡 지사에 힘을 실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희망오름포럼' 출범식 축사로 참석해 "원 지사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치 여건상 젊은 후보가 탄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가능성을 열었다. 또 "원 지사는 대통령으로서 갖출 자질은 다 갖췄다. 자기 나름대로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야권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에 대해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이 결정적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이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무소속)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11월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이 원 지사를 띄우면서, 윤 전 총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모델'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때렸던 전략이 원 지사와 윤 전 총장에게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대한 애착이 크고, 원 지사와 오랜 인연이 있다. 특정 당내주자를 비호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간접적으로 '장외 조언'을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