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최동현 기자 = "국민선거인단 신청을 완료했다…추미애 후보님께 마음이 간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김 최고위원이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데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다.
민주당에선 "제1야당의 지도부 구성원이 타당의 당내 경선에 부당하게 개입해 자당 지지자들의 집단적 역선택을 선동하고 있다"(이소영 대변인)거나 "역선택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사실상의 '범죄행위'"(이재명 캠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역선택'이란 지지정당이 아닌 정당의 내부 경선에 참여해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내 경선에 일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론조사나 국민경선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반영하면서 꾸준히 역선택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지지정당을 먼저 물어 자당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질문을 이어가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장치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1000~2000샘플 정도인 여론조사에서 '악의'를 가진 상대당 지지자의 역선택이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에서는 여론조사보다는 역선택이 개입할 여지가 좀 더 크다. 상당한 인원의 조직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도 있는 탓이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일반 국민들도 국민선거인단으로 등록만 하면 민주당 권리당원과 똑같이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정당 가입 여부는 묻지 않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모두 민주당 국민선거인단에 신청해서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어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향해 역선택을 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민주당이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발끈하는 이유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 모임인 윤대모(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모임) 회원들도 페이스북에 민주당 선거인단 등록을 인증하는 메시지를 올려 민주당 경선 과정에 조직적 참여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 역시 국민경선 참여 인원이 많아질수록 조직적 개입의 의미가 희석되는 만큼 실제 영향력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이 참여한 1차 국민선거인단에는 1주일만에 모두 76만명이 신청했다. 2차와 3차까지 진행하면 100만명은 넘길 수 있다.
역선택 가능성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논쟁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원들만 보지 않고 민심까지 받아안겠다는 취지의 여론조사나 국민경선 제도의 신뢰 추락도 문제지만, 특히 제1야당의 지도부 인사가 불필요한 역선택 논쟁을 촉발시켜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논란이 확대됐음에도 여전히 "국민선거인단 참여 문자메시지를 받고 신청했다. 이것이 불법행위인지 민주당이 알려줘야 한다"며 '보수의 책사' 다운 말재간을 보였다. '역선택을 부추겼다'는 비판에는 "추미애 후보가 뭐가 되느냐"고 받아쳤다.
이준석 대표도 "국민선거인단 취지 자체가 지지자나 당원이 아닌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민주당의 경선룰 취약점을 알려준 김 최고위원은 누가 봐도 '화이트 해커'"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정치를 너무 희화화시켰다"며 "정치를 갖고 장난을 쳐선 안된다. 재기발랄한 것은 좋지만 초선도 아닌 최고위원이면 상대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건강한 정치문화는 아니다"며 "상대방을 향한 공세이고, 상대 축제를 왜곡되게 하는 발언이다. 건강한 정치문화를 선도해야 할 정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국민의힘도 당헌·당규 상 경선에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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