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한 데에는 '방일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점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청와대는 문 대통령 방일 조건으로 일본 측에 '한일정상회담 개최 및 그 성과'를 요청했으나 일본은 회담 개최에는 동의한 반면 성과 면에서는 막판까지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아왔다.
여기에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을 겨냥한 성적(性的) 비유 발언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일본을 향해 이 사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날 유감 표명을 하는 것으로 대응을 그쳤다.
청와대는 그동안 일본에 '굴종 외교'를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방일에 끝까지 문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혔다.
이번 한 번의 만남으로 양국 현안이 모두 정리될 수는 없겠지만 냉랭한 한일관계에 조금이나마 훈풍을 불어넣음으로써 차기 정권에 양국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모멘텀을 넘겨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번 만남을 자신의 임기 내 한일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는 풀이다. 문 대통령 임기는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 이처럼 '두 개의 방일 조건'을 내세웠으나 일본 측은 '올림픽 손님'으로서의 회담 외 정책적인 성과를 내는 면에서의 회담은 결과적으로 끝까지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 방일 무산 브리핑에서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Δ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Δ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Δ강제징용 피해자 및 위안부 문제를 회담의 성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 선거 및 중의원 선거 등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주요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 3개 현안 중 양국이 경제적 윈윈(win-win)에 이를 수 있는 수출규제 해제만으로 성과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2018년 10월 한국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보복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9년 7월 취한 조치다. 우리 정부는 이에 2019년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고 같은 해 11월 이 결정을 유예했다. 이로써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면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정상화가 주고받기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지지부진한 양국 협상 속 방일 무산의 결정타가 된 것은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발언이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국내 매체 JTBC와의 오찬 면담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한일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아이보시 고이치 일본 대사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은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했으나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일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전날(18일)까지 "우리는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일본 정부에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날(19일) 소마 공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경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소마 공사의 막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며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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