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고는 사전 검토 없이 내부까지 흙더미를 쌓고 'ㄷ자 형태'로 만든 건물을 과다 살수와 함께 무리하게 철거하면서 흙더미와 1층 바닥 슬래브가 내려앉으며 일어났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중간 수사 브리핑을 28일 열고 이 같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 결과 적절한 구조 검토 없이 진행된 무리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수평 하중에 의해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책임한 '철거 계획'
철거 계획도 어겼다. 애초 계획서상 공정은 ▲건물 측벽 철거 ▲최대 높이까지 압쇄·철거 ▲잔재물 깔아올림 ▲잔재물 위로 장비(유압 설비 장착 굴삭기) 올라탐 ▲5층부터 외벽·방벽·바닥·천장 순 철거 ▲3층 해체 뒤 장비 지상 이동 ▲1~2층 해체 ▲잔재물 정리·반출 등의 순서였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대폭 줄어 사실상 1인 기업이 작업을 한 데다 감리·원청·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들의 무책임 속에 이 공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건물 5층부터 아래로 1개층씩 부수지 않고 건물 뒷면 철거 뒤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보 일부를 부쉈다. 4층 바닥 높이(11m)로 철거 폐기물과 함께 건물 뒤쪽에 흙더미를 쌓았다.
이후 4·5층 바닥 보와 기둥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굴착기가 ㄷ자 형태가 된 건물 내부쪽으로 파고 들어가 무리한 철거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을 지탱하는 주요 기둥이 철거됐고 붕괴 당일 먼지를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살수가 이뤄졌다. 지하층 하중 대비 보강 작업도 하지 않았다.
결국 30톤이 넘는 굴착기와 부서진 건축 자재, 폐기물이 바닥 하중을 증가시켰고 물까지 머금은 흙더미와 1층 바닥이 무너졌다. 11m 높이의 흙더미가 건물 앞쪽 6.2m로 무너졌고 이 흙더미가 건물을 도로 방향으로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식적인 허술함이 불러낸 참사
다만 흙더미와 1층 바닥 중 먼저 무너져 내린 것을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봤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분석 결과보고서 내용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참사 직접 책임자의 사건 처리에 반영할 방침이다.
23명 중 원청 HDC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 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철거업체 선정 개입 브로커 등 6명이 구속됐다.
공정별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 현대산업개발→ 한솔·다원이앤씨→ 백솔) ▲석면(조합→ 다원이앤씨→ 백솔) ▲지장물(조합→ 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파악됐다.
경찰은 무리한 철거 공정의 근본 원인이 계약 페결과정에서 불법적 금품 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비상식적인 공사 대금 산정에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