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확대는 긍정적 효과보다 자국의 정상적인 거래가격을 교란시킨다는 부작용이 잇따라 검증되고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갑)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7월23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의 국내 주택거래에 있어 해당 국가의 허용 범위와 동일하게 상호주의 적용 ▲외국인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토지 거래를 하는 경우 허가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상호주의’란 상대 국가가 우리 국민의 권리를 허용하는 정도에 따라 자국도 상대 국민의 권리를 동일한 범위에서 허용하는 행동을 취하는 외교 원리다.
태 의원은 “한국의 경우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일부 경우만 제외하고 외국인의 토지 취득 제한이 거의 없다”며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해당 국가의 허용 범위와 동일하게 상호주의를 적용하면 부동산시장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인의 자국 내 부동산 취득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거의 제한하지 않아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는 8월3일 기준 46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의견 대부분이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누리꾼 A씨는 “국가는 영토 없이 존재할 수 없다”며 “현재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 (제한) 기준이 현저히 낮다”며 법안 취지에 공감했다. 누리꾼 B씨는 “토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세계의 부자들 마음대로 부동산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국민의 주거 불안감이 조장될 것”이라고 법안에 힘을 보탰다.
순수외국인 땅 면적 4년 새 ‘75.0%’ 폭증
외국인의 국내 건물·토지 매입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구입은 2만1048건으로 전년대비 18.5% 증가했다. 이는 2006년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올 1~5월 외국인 건축물 거래량은 938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1.7% 늘었다.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외국인 토지보유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2016년 하반기 약 234㎢에서 2020년 하반기 약 253㎢로 4년 동안 약 198㎢가 증가했다. 서울특별시 면적(605㎢)의 절반 가까운 땅을 외국인이 소유한 것이다.
순수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2016년 하반기 약 12㎢에서 2020년 하반기 약 21㎢로 약 9㎢ 증가해 4년 새 75.0%가량 급증했다. 2020년 하반기 기준 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을 국적별로 보면 ▲미국이 133㎢로 가장 많고 ▲기타 국가 약 29㎢ ▲기타 미주 약 24㎢ ▲중국 약 20㎢ ▲일본 약 18㎢ 등이다.
서울 주택의 경우 중국인들의 매입 비중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5년 동안 서울에서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은 7903가구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수준인 4044가구를 매입했다.
외국인 국내 부동산 취득, 시장 교란할까?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이나 출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 힘들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자국민의 고가 부동산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 등의 심사 과정에도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 환치기 같은 불법이 공공연히 일어나도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다.국토교통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구매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부동산 취득 시 외국인도 부동산 관련 조세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지만 다주택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법이 부재해 내국인과의 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국인 부부는 주택을 각각 1채씩 보유하면 2주택자가 돼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만 외국인은 이를 증명하기 어려워 과세에 차별이 생길 수 있다”며 “외국인은 자금출처 소명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자국 법망을 피하는 거래, 시세 조작을 일으키는 불법의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