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7월 30일 보유지분 50.75%를 중흥건설그룹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각에선 지방 아파트 시행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업체가 토목·플랜트는 물론 해외사업을 수주하는 대우건설을 경영하는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대우건설은 ‘톱5’에 오른 반면 중흥그룹 주력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순위가 하락해 각각 17위와 40위를 기록했다.
다만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 재무적투자자(FI) 없는 자체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로서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점이 이번 인수·합병(M&A)의 최대 메리트다. 앞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후 3년 만에 두 손 들고 재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4조원대 부채를 끌어오는 상황은 아니어서 재무적 부담이 낮다는 평가다.
부동산 자산 1조원대… 중흥 “매각 계획 없다”
2020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중흥그룹 계열사의 자산 순위는 중흥토건(3조7587억원)이 압도적으로 1위다. 창업주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불과 6년 만에 자산이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중흥토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961억원이다.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은 각각 865억원, 4652억원이다. 임대주택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은 1조4547억원에 달한다.중흥건설은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371억원이다. 공사·분양 미수금은 각각 642억원, 889억원, 부동산 관련 자산은 618억원이다. 현금성자산만 보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을 합해도 6332억원에 그치고 투자은행(IB)업계가 추정하는 중흥그룹 계열사 전체의 현금성자산은 7000억원 수준으로 1조원에 못미친다.
다만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보유한 토지 장부금액만 1조원 수준이어서 일각에선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장부가액만 7743억원에 달하는 중흥토건의 용지·토지를 모두 현금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분양사업이 가능한 입지의 토지인 경우 전략적 목적에서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흥토건의 토지 일부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광주은행, 우리은행 등에 차입금 담보로 제공돼 마음대로 매각하는 것 역시 제한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가능성에 대해 “부동산 자산은 아파트 시행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전략적 보유로 지금으로선 매각 계획이 없고 1년 미만의 단기 차입을 진행 중이지만 내년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고려해 상환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유자산 유동화’ 카드도 있다. 지난해 중흥토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2조3996억원, 중흥건설의 유동자산은 4630억원이다. 유동자산이란 1년 등 짧은 기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이나 미수금, 상품 원재료 등이다. 결산일부터 1년 이후 장기간에 걸쳐 현금화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은 비유동자산이다.
중흥건설은 자체적으로 올 연말 현금이 1조1600억원 이상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9400억원 가량을 은행이나 금융투자회사 등으로부터 조달해야 하는데 내년 연말에는 최대 2조원의 현금흐름을 예상, 분기별로 중도상환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건설업체 인수금융에 부정적인 분위기로 KB증권 등 금융투자회사의 자금조달 실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여러 금융회사를 상대로 인수금융을 타진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차입 때 부채비율 위험 없나
중흥그룹은 금융권 차입 1조원과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사모펀드가 아닌 SI에 이자율 프리미엄을 주는 점을 감안, 인수금융 1조원에 대한 이자율은 3%대로 전망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자금 절반 정도의 차입은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이자율도 사모펀드가 4% 이상인 데 비해 3% 수준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조달 방식을 보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지 않았을 때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06년 금호는 6조4000억원(주당 2만6200원)에 대우건설 지분 72.0%를 인수했다. 문제는 자체 자금이 인수자금 총액의 34.0%에 불과한 2조2000억원뿐으로 4조2000억원을 풋백옵션(M&A 계약에서 피인수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 인수자가 FI의 보유지분을 약속한 가격에 재매입)으로 끌어온 점이다. 풋백옵션 실행 시점은 3년 뒤인 2009년으로 주당 3만1500원이었다.
그럼에도 대규모 차입으로 인한 중흥그룹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리스크 요인이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5년 내 지출해야 하는 자금으로 각각 1조8173억원, 2009억원이 있다. 지급어음 등 매입채무, 장·단기 차입금, 미지급금, 미지급비용, 보증금 등이다.
즉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총 2조원 넘는 돈을 5년 내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차입에 나설 경우 이자비용으로 인한 유동성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담보가 설정돼 있을 경우 차입금 만기가 연장돼 당장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차입금은 약 7500억원. 두 회사는 연간 금융비용이 약 700억~800억원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부채비율은 각각 32.16%, 42.1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