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6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한반도 평화, 한일관계 등을 아우르는, 대한민국이 이뤄나가야할 '꿈'을 제시했다.
이중에서도 그동안의 정부 기조와 대동소이한 톤을 유지한 대일 메시지와 달리, 북한을 향해선 '한반도 모델'이라는 남북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다분히 '원칙적·원론적인 메시지'라는 평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라고 강조하는 등 '꿈'이란 단어를 총 20차례 언급했다.
이외 '경제' 18번, '선진국'과 '평화'는 9번, '상생'은 5번, '미래'는 4번 각각 언급됐다.
이번 경축사는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광복절 연설로,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목사의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연설을 연상케 한다. 개인에게도 꿈이 있듯이 대한민국이 새롭게 가질 꿈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다.
마지막 경축식 행사를 구 서울역사에서 진행한 것도 꿈이 강탈됐던 일제 시대(과거 경성역)를 지나 해방 이후 꿈이 돌아온 공간이라는 점에서 '꿈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꿈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기 종료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일본, 북한과의 관계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더 이상 무언가를 제시하고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메시지는 지난 4년간 문 대통령의 '광복절 구상'을 집약하되 다음 대통령에게 이를 공유하는 형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총 9차례 사용하며 '품격있는 선진국'에 대한 꿈을 제시했다.
올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운크타드)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치켜세우면서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제 몫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품격있는 선진국이 되는 첫 출발은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한 발 더 전진해 나가야 하겠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선진국과 개도국의 상생협력을 이끄는 가교 국가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그 일환으로 문 대통령은 '백신 허브(중심지) 국가' 도약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2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 한미 백신 파트너십 등에 기반해 인류 공동의 감염병 위기극복에 앞장설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을 상용화하는 데 정부가 기업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반도체·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안정 기여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관심을 모은 한일문제와 관련해서는 역사문제는 역사문제대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정부의 '투트랙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를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역사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북문제에 대해선 '한반도 모델'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모델'이란 과거 동독과 서독의 통일 사례처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이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며 남북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는 뜻을 담은 북측을 향한 제안이다.
북한에 대한 언급에 앞서 문 대통령은 "1990년 동독과 서독은 45년의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뤘다. 동독과 서독은 신의와 선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고, 보편주의, 다원주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독일모델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때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했던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측에서 일방적 대북협력·협조에 대한 제안이 나오면 북한이 더 반발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도 이에 따라 원칙에 입각한 제안들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