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급여를 받지 못해 근로감독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진행 상황에 대한 안내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답답한 나머지 전화를 걸어도 담당 근로감독관은 항상 자리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는 담당자의 말을 믿었으나 9개월이 지났고 담당자는 갑작스레 명예퇴직했습니다. (직장갑질119 제보 사례 중)
노동단체 직장갑질119는 현행 제도상에서 근로감독관이 일을 늦게, 불성실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5일 밝혔다. 근로감독관은 노동법 위반을 감독하는 특별사법경찰로, 노동부 및 산하기관에 속한 공무원 신분이다.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0년 1월1일~2021년 6월30일 사이 접수된 이메일 제보 사례와 유형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한국의 근로감독관 제도를 검토한 '근로감독관 갑질 보고서'를 발행했다.
◇근로감독관 불만 사례…대부분 늑장·불성실 처리
1년6개월 동안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근로감독관 불만상담 사례는 총 179건이었고, 이중 늑장처리 유형이 73건(40.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성실 조사 59건(33%), 부적절 발언 31건(17.3%), 합의·취하 종용 16건(8.9%)의 순이었다.
근로감독 진정 사건의 처리 기간은 25일로 규정된다. 다만 기간 내 처리가 어려운 경우 25일 기간으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직장갑질119는 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25일 또는 늦어도 50일 이내에는 결과를 진정인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진정인에게 지연 사유와 예상 처리기일을 알리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진정을 접수한 뒤 무려 9개월이 지나서도 결과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감독관이 진정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오히려 진정인을 나무라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2차 가해를 하거나 2차 가해를 방조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민현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근로감독관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감독관 5년 새 57% 늘고 사건 처리일수 6.2일 감소
직장갑질119가 안호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수가 5년 새 57% 이상 늘면서 근로감독관 1인당 행정 대상 사업장 수도 27% 줄었다. 근로감독관 1인당 신고사건 접수건수 37% 감소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의 사건 당 평균처리일수는 2016년 48.1일에서 2021년 41.9일로 소폭(6.2일)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이 늘어났지만 늑장 처리는 여전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Δ근로감독관 전문성 강화 Δ신속한 처리 원칙 확립 Δ사건 처리 과정 및 결과 안내 충실화 Δ사용자 증명책임 강화 Δ근로감독관 기피 제도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한국의 근로감독관 제도와 해외의 근로감독관 제도를 비교 검토했다. 영국의 근로감독기관이라 할 수 있는 보건안전청(HSE)은 조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 교통, 농업 분야를 따로 나눠 근로감독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은 임금 및 근로시간, 산업안전보건, 집단적 노사관계 분야에 대한 별도의 감독기관을 운영하는 등 근로감독제도가 전문성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임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자들은 근로감독관의 불성실하고 소극적인 행정처리로 인해 더 상처받는다"며 "근로감독관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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