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충북 청주 농촌에서 발생한 농산물 절도 사건을 수사하다 A할머니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체포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할머니가 등록 지문이 없는 무적자인 사실을 확인했다.
A할머니는 12세 때 부모를 잃은 후 3세 위 언니가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떠난 뒤 줄곧 혼자 살았다. A할머니는 식모살이와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20~50대를 보냈다. 60대에 들어서는 충주시 주덕읍 소재 여인숙에서 자리를 잡고 산나물을 장터에 팔며 삶을 이어갔다.
A할머니는 여인숙 월세 15만원을 지불할 길이 막막해 절도인 줄 알면서 들녘에 있는 농산물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경찰서 문턱을 드나들게 된 것이다.
경찰은 A할머니를 체포한 뒤 주거부정을 이유로 구속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창호 충주경찰서장은 구속이 A할머니의 재범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박 서장은 불구속 송치를 지시한 뒤 A할머니의 호적을 찾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경찰은 A할머니와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개통해줬다. 이후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A할머니의 호적 창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A할머니는 가족관계등록부 결정이 나오면 평생 없던 호적을 갖게 된다.
경찰은 관할 동사무소에 긴급복지서비스를 신청해 A할머니가 정기적으로 쌀과 마스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호적이 나오면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함께 안정적인 주거도 제공받을 수 있다.
A할머니는 경찰의 도움에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서장은 A할머니와 관련해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지만 흔적도 없이 살다가 떠나게 될 A할머니가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생이별한 언니와도 재회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