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정권재창출'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야권 후보들과의 일전에 돌입했다.
예상 밖으로 저조한 성적으로 '턱걸이 본선 직행'을 확정한 이재명 후보는 만만치 않은 '대장동 악재'를 몸소 실감하며 본선 무대에 올랐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로 보면 야권 후보들에 비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대장동 사태가 엄중한 상황에서 민심의 싸늘한 '정권교체' 요구까지 가슴을 짓누른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고민할 법 하지만 그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어서 고민이 깊다.
◇경선 마지막날 '최악' 성적표…'대장동 사태' 험로 예고
11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10일) 최종 득표율 50.29%(71만9905표)로 과반 득표에 성공해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다만 마지막 순간은 가슴이 철렁했다. 애초 이재명 후보는 경선 중반까지 이낙연 후보와 격차를 20%포인트(p) 넘게 벌리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선에서 기록했던 최종 득표율 57%까지 넘봤다.
이재명 후보는 대의원·권리당원 위주의 지역별 순회경선에서 광주·전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비롯해 일반당원과 국민으로 모집한 1·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도 모두 이낙연 후보를 앞서며 1위를 질주했다. 지난 9일 경기 지역 경선까지만 하더라도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5.29%로 과반 낙승이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전날 일반당원·국민을 대상으로 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유효 투표수 24만8880표 중 7만441표(28.30%)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이낙연 후보는 15만5220표(62.37%)로 이재명 후보를 압도했다.
국민들이 상당수 포함된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의 이변을 두고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그 파장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투표가 진행된 3차 국민선거인단 표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낙연 캠프 한 의원은 "일반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마지막 투표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아무래도 후보 리스크(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관련 의혹)가 반영된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급격하게 꺾인 결과로 인해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결선투표 무산'에 반발하는 등 경선 후폭풍도 일고 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향후 본선에서 야권의 대장동 의혹 공세에 맞서면서 당내 비판적인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후보 선출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사필귀정을 믿는데 다만 문제는 안개가 걷히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드러날 것"이라며 "국민들이 잠깐 이재명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영향이 조금 있었겠지만 결국 제자리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론 압도…문 대통령과 부분적 차별화 시도 전망
현재 이재명 후보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야권 유력 후보들에 비해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환경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재명 후보는 25%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2%로 뒤를 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TBS 의뢰, 1~2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대상, 95% 신뢰수준, ±3.1%p)에선 이재명 후보 28.3%, 윤 전 총장은 28%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이었다. 홍 의원은 16.7%였다.
문제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연장보다 높은 정권교체론이다. 갤럽 조사에서 정권유지와 정권교체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정권교체론(야당 후보 당선)이 52%로 정권 유지론(35%)보다 더 우세했다.
4·7 재보선 직후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21%p 더 높았지만 그 차이는 7~9월 10%p 내외로 줄었다가 이번에 다시 17%p로 격차가 벌어졌다.
여당 후보 입장에서 정권교체론을 상대하기 위해선 현 정권과의 차별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임에도 불구하고 40% 안팎의 이례적으로 높은 국정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조심스럽다. 자칫 여권 지지층의 반발만 사면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면서도 부동산 등 현 정부의 실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후보 선출 후 감사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를 천명하고 당선 즉시 부동산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본인의 색깔을 드러냈다.
그는 경선을 함께 치른 다른 후보들을 거명한 뒤 "동지들이 계셔서 민주당이 더 커지고 단단해졌다"며 "4기 민주정부, '이재명 정부' 창출의 동지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는 물론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시행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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