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취임한 후 5개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실시했다. 그는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같은 날 호주, 7일 러시아, 8일 중국·인도 정상과 통화하며 외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정상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총리의 취임 직후 정상외교 순서는 새 일본 정상이 어느 나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기시다 총리의 1순위 그룹은 기시다 총리와 전화를 마친 미국·인도·호주·일본 안보 연합체 쿼드 회원국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1순위에 들지 못했다”며 2순위 그룹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12일 현재까지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실시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일 관계는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도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지칭할 때 사용한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은 스가 전 총리의 첫 소신표명 연설과 비교했을 때 지위가 다소 격하된 표현이다. 스가 전 총리는 연설 당시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외교‧안보 관련 내용에서도 한국은 가장 마지막 두 마디에 언급했다. 이는 한국 관련 현안이 일본 외교‧안보 정책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는 오는 31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 있다. 자민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중국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보였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가 수장인 고치카이 파벌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온건한 외교 노선을 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정상과의 협의 순서를 늦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