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군 당국이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았던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 군에서도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들이 입대를 하거나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고도 복무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27일 변 전 하사 사건과 관련해 "오늘부로 1심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육군본부 법무실에서 법원 판결문을 인사사령부로 발송할 예정"이라며 "인사사령부는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전역무효명령 발령, 병적 정정, 전역명령 발령 등 필요한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작년 1월 성전환수술에 따른 변 전 하사의 신체적 변화를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 뒤 강제전역 조치했다.
그러나 변 전 하사는 '여군으로서 계속 복무하고 싶다'며 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달 7일 1심 판결에서 변 전 하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군은 항소를 검토했지만,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지휘하면서 결국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인권·시민단체들은 변 전 하사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디. 그러나 우리 군에서 성전환자가 정상적으로 복무를 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데다, 군 내부의 공감대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욱 국방부 장관은 변 전 하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 뒤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직접 항소 의사를 시사하기까지 했다. 서 장관은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군 내부 분위기와 별개로 '변 전 하사에 대한 군의 강제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상 그에 따른 관련 제도 개선도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은 앞서 판결에서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 처분 취소와 함께 "국가 차원의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도 연내 성전환자의 군복무와 관련한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박한희 대표는 "트렌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이들이 호르몬 요법을 받거나 성전환 수술을 했을 때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어떻게 차별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두고 있다"며 "우리도 국방부 훈령상에 관련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시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군 장병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군 복무가 왜 보장돼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나 캠페인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올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제한'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미 보건부의 레이철 레빈 차관보는 이달 20일(현지시간) 미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4성 장군'에 올랐다. 그러나 변 전 하사는 자신의 재판 승소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올 3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