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경선 막바지에 노골적인 '윤석열 편들기'에 나섰다.
윤 후보와 꾸준히 물밑 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 후보를 지원 사격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9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윤 후보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가 윤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이 낮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그건 홍 후보 측에서 하는 이야기"라며 "최종적인 결론을 봐야지 그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홍 후보는 즉각 "또 한분의 도사가 나왔다"며 "자기 의견이야 무슨 말씀이든 저는 관심이 없다. 영남 당원들은 김 전 위원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를 두고 30일 야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홍 후보의 뚜렷한 상승세를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그를 주목해왔다.
정치 신인으로서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크고 '공정'을 기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에서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됐을 때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김 전 위원장의 최대 강점이 중도층 소구력과 정무적 감각으로 꼽히는데 이는 정확히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 후보 캠프 내 소통 문제와 체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느끼고 캠프 체제 개편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있었던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과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현재 윤 후보 캠프에서 각각 대변인과 비전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홍준표 후보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껄끄럽다. 이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일 수도, 과거의 악연 탓일 수도 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재건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김 전 위원장은 이전의 자유한국당과는 완전히 바뀐 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무소속 의원이던 홍 의원의 복당을 앞장서 반대한 것도 김종인 비대위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홍 후보에 과거 '극우' 이미지가 다소간 남아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일부러 홍 후보에 거리를 두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인물의 과거 악연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던 1993년 홍 후보는 '동화은행 뇌물 사건'을 수사한 검사였다. 홍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조사해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홍 후보는 지난해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이 사건을 들춰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당내 주요 직책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인 가운데 그의 등판 여부가 특정 대선 후보에 종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홍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이준석 대표가 가교가 되어 반드시 김 전 위원장의 지원을 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 전 위원장은 단일화 등에 대한 대전략을 굉장히 잘 설계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대전략이 필요해 우리 후보가 누가 되든 김 전 위원장의 지휘능력은 충분히 빌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전 위원장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누구에게 줄을 댈 것도 아니고 그 분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라며 "지도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과 소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과 미주알고주알 상의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그래도 '정치적 스승' 아닌가"라며 "최종 후보가 추려지면 지금 거론되는 모든 야권 인사가 원팀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