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방북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연내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스1(청와대 페이스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교황의 방북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최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을 맡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교황청의 주 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접촉 사실을 밝히며 교황의 방북을 타진하고 있음을 알려 주목을 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바티칸 교황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독하고 방북을 재차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냐,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면서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축원해주시고 초청을 받으시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계신다"고 문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교황청 "교황 방북 위해 북한 대사관과 접촉 중"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교황의 방북을 위해 북한 대사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및 교황청 공식 방문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해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문제와 관련해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지난달 30일 바티칸에서 문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정부도 그렇지만 교황청도 여러 길을 통해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기회가 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나눴다"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교황 방북과 별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등 북한을 향한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교황청은 북한뿐 아니라 어려운 나라가 있으면 뭐든 지원하려고 노력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차원에서 북한을 도울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라며 "북한도 다른 나라와 수교를 하는 만큼 북한이 지원을 받겠다고만 하면 갈 방법이 충분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교황청이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돈으로 지원을 잘 안 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대통령을 만난 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회동한 것을 두고 "교황께서 분명히 바이든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말씀하셨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에 '교황과 문 대통령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했더니 교황이 정말 좋다고 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