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선거를 4개월여 앞둔 대선판은 '마크롱 열풍'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주요 후보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롤모델로 내세우며 중도층 표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처럼 거대 양당제가 공고한 프랑스에서 제3지대·원외·청년 정치인이 단숨에 대통령이 된 인물이 마크롱 대통령이다. 유난히 '0선' 후보들이 많은 이번 대선에서 기성 정치권의 변화 필요성에는 여야를 막론한 두터운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대선 후보들이 마크롱 대통령에게서 주목하는 요소는 크게 Δ거대 양당제를 격파한 제3지대 인사였다는 점 Δ그것을 가능케 한 핵심 지지층이 중도·청년층이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마크롱은 좌파인 사회당 정권에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을 지냈지만 노동개혁과 친(親)시장적인 법안 추진으로 정권 내부에서 미움을 샀다. 이후 새 정당을 만든 뒤 장관직을 사임했다. 강도 높은 개혁 공약을 들고 나와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외치는 30대 정치인에 프랑스 국민, 특히 중앙 정치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던 청년들은 환호했다.
이는 제3지대에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경제 관료 출신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뿐 아니라 청년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것이 시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북콘서트에서 "2012년, 2017년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좌파와 우파 양쪽이 다 허물어져있다"며 "이번에야말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프랑스같은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실망감이 쌓이고 쌓인 다음에 도저히 양쪽을 다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새로운물결' 창당을 준비 중인 김동연 전 부총리는 '마크롱 모델'과 가장 가까운 인사다. 마크롱 대통령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출마 선언을 한 그는 "벤처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다", "한국에서도 마크롱이 안 나오라는 법이 있나"라고 노선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앙 마르슈(En Marche)가 청년 소모임에서 대통령 배출 정당으로 거듭난 계기인 '그랑드 마르슈(Grand Marche)'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그랑드 마르슈는 이른바 '풀뿌리 정책 설문조사'다. 앙 마르슈의 청년 자원봉사자들은 프랑스 전역의 주민 10만명에게 설문조사를 했고 그 중 2만5000명과 심층인터뷰한 결과로 정책 공약의 우선순위를 만들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를 벤치마킹한 '리스너 프로젝트(Listener Project)'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300명의 청년들이 이재명 캠프를 대표해 매달 시민 한 명씩 인터뷰하겠다는 계획이며 목표는 총 1만명 인터뷰 달성이다.
물론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가 없는 한국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같은 제3지대 신인 정치인이 집권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치권이 유권자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국민은 정치 개혁을 바란다는 데에는 모처럼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후보들이 정치판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마크롱 열풍의 의미라고 분석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뒤 보수편향적이고 독단적인 정치 운영을 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후보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마크롱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개혁가 이미지로 떴지만 정작 그만큼의 개혁을 실행하지 못해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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