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짐까지 다 싸뒀는데 하루 전날 여행이 취소되니 허탈합니다"
주부 이모씨(40대)는 아들과 함께 3일부터 9일간 터키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국을 불과 하루 앞둔 2일 여행사로부터 출발 취소 통보 연락을 받았다. 정부가 3일 0시부터 16일 24시까지 2주간 '국내 입국자는 국적,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10일간 격리해야 한다'는 긴급 방역 지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씨는 "다행히 100% 환불은 받았지만 8만7660원에 PCR 검사를 받고 학교에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짐도 다 싸뒀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이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5일 결혼식을 올린 뒤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었던 강모씨(30대)도 결혼식 사흘 앞두고 항공편을 취소했다. 출발에 임박해 취소하면서 숙박·항공비 취소 수수료 약 12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0명을 돌파하면서 연말모임과 회식,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33)는 "연말까지 회식이 5~6개 정도 잡혀있는데 대부분 취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34)도 "다음주 전 회사 동기들을 만날 예정이었는데 다시 방역을 조인다는 발표에 취소했다"며 "사실 3명이라 법 위반은 아닌데 확진자가 5000명씩 나오고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연말 특수'가 날아갈까 불안해하고 있다. 종로구에서 호프집과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0대)는 "연말 5~6인 이상 모임은 거의 다 취소됐다"면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이후 매출이 줄고 있어 새로 뽑은 직원을 잘라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용산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송모씨(40대)도 "국민들의 심리가 위축돼 모임이 줄어들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공공기관·회사의 연말 회식도 축소돼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352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일주일 전(27일 4067명)과 비교하면 1285명이나 많다. 위중증 환자도 700명대를 넘으며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9.7%를 기록했다. 3일 오후 기준 서울에서 입원 가능한 병상은 36개밖에 남지 않았다.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당국은 3일 사적모임 수도권 6인·비수도권 8인·'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전면 적용을 골자로 한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대응으로는 확산세를 잡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00~2000명 확진자가 나올 때 적용했던 4단계보다도 약한 대책"이라며 "이런 대책으로 확진자 수가 굉장히 느리게 줄어들어 계속 방역 강화를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거리두기 4단계 때처럼) 인원·시간 제한을 하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식당·카페는 2주간 오후 6시 이후 폐쇄해야 전파 차단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거리두기를 짧게라도 강하게 해야 효과가 좋다"는 의견을 냈다. 천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경미하지만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접종자도 감염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급속도로 확진자 수가 늘 것"이라며 "특히 고령자·기저질환자의 경우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병상이 부족해 대기 중 사망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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