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여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0조원대 소상공인 손실보상 공약을 밝히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당장 12월 임시국회에서 10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재원과 규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경쟁하듯 약속하고 있지만, 손실보상금의 적정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 조사와 재원 조달 방안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선거용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손실보상 추경'을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가 여야 협의로 100조원대 추경을 편성하자고 압박하자, 윤 후보는 정부가 먼저 추경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추경 편성을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안동에서 "국민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여야가 협상에 나서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추경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한다"며 "(추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치 사기 집단 상습범이란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50조원 추경'의 신속한 편성에는 찬성 입장이지만, 정부 몫의 추경안 편성을 정치권이 떠안자는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이 시급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추경이 조기 집행될 경우 여당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에서 기자들을 만나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와 자영업자들을 살리려면 신속하게 많은 금액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며 "50조원 재원을 만드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1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집권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행정부를 설득해 추경안을 편성하고, 국회에 제출한 다음 정치인들이 논의하게 하면 된다"고 반대했다. 윤 후보는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여야가 만나 협의할 것이고, 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응수했다.
여야는 큰 틀에서 '추경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곱지 않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여야 모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데다, 적정 추경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개별 소상공인 피해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다.
우선 '12월 임시국회 추경'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하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추경은 현재 있는 예산에서 변경을 가하는 것인데, 2021년도 예산은 이미 대부분 소진한 상태"라고 했다.
이 의원은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채권 시장은 12월에 문을 닫기 때문에 사실상 재원 마련이 힘들다"며 "5만원 1000만원 수준이 아니라 몇십조원대 예산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를 12월에 편성하자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추경 규모의 산정 근거도 논란거리다. 손실보상을 지급하려면 개별 소상공인이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입은 피해액을 파악, 적정한 예산 규모를 산출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여야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단 금액부터 제시하는 '퍼주기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손실보상을 주려면 소상공인들이 정부 행정명령으로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우선 파악하고 일괄 지급할 것인지, 차등 지급할 것인지에 따라 적정한 추경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며 "이런 절차 없이 50조, 100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집합금지·영업제한 같은 행정명령을 다시 시행하면 손실보상을 반드시 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개별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액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간이과세자의 경우 매입액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해서 세금을 매기고, 진짜 어려워서 망한 소상공인은 데이터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소상공인 추경을 하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누구에게 얼마나 주고 재원은 얼마가 필요한지를 여야가 먼저 따져야지, 이런 논의가 없이 50조, 100조 이야기부터 하는 것은 야당이든 여당이든 선거를 앞두고 '퍼주기 경쟁'만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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