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청와대 제공) 2021.11.1/뉴스1

(캔버라=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대중(對中)견제와 종전선언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정상 간 다소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양 사안에 있어 한국과 중국·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모리슨 총리는 이들 국가를 향해 비판적인 입장을 쏟아낸 것은 물론 우회적으로 한국도 호주와 같은 편에 서주길 바라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양 정상은 13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발언까지는 화기애애했지만,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는 '작은 균열'이 엿보였다.


당장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호주는 일찌감치 미국과 같은 외교적 보이콧 입장을 밝혔으나 문 대통령은 다른 선로를 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 권유를 받은 바 없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살펴본다면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에 가까운 발언인 셈이다.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모리슨 총리는 한국을 향해 '대중 강경 노선'에 탑승할 것을 에둘러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게 한 호주 기자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도 중국에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는데 양국이 어떻게 중국의 보복 조치에 협력할 수 있겠냐'고 질문하자 모리슨 총리는 "제가 먼저 (답변을) 시작을 하면 어떻겠냐"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호주와 한국이 유사입장국으로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라며 "함께 협력을 공조해서, 역내에서 국가들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국방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이버나 신기술 분야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있어서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적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모리슨 총리는 "우리가 핵심광물 분야에 있어, 희토류에 있어서도 협력을 하고 있는데, 양국 간 또 유사입장국들 간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청와대 제공) 2021.11.1/뉴스1

모리슨 총리는 거듭 "호주와 한국은 평화적이고 안전하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협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 타국의 강압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WTO(자유무역협정)와 같은 통상 분야 다자 간 협정, 국제기구를 언급하며 통상 분야 강자이자, 자국과 석탄 갈등을 벌인 중국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모리슨 총리는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의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고 지지를 밝히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 다음으로 파병한 국가가 호주"라며 "최근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타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유와 그리고 안정을 한반도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외교안보 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회의체)와 같은 대중 견제 협의체에 한국이 함께 하길 바란다는 뜻을 마지막까지 전했다. 그는 "오커스와 쿼드 같은 경우에는 사실 오랜 세월동안 형성이 돼 왔던 관계로 이런 파트너십은 역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계를 통해서 호주가 다른 파트너국들에 있어서 더욱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우리는 생각한다"며 "이런 모든 관계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

모리슨 총리는 또 "양안(兩岸)관계(중국-대만 간 관계)에 있어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양국(한국과 호주)은 미국과의 동맹국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또한 대화를 통해 이에 참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오판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상황이 생긴다고 한다면 한국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그리고 역내에서 깊이 관여하고 있는 국가로서 많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일이 생긴다면 한국 또한 미국·호주의 편에 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은 중국에 적대 정책을 펴고 있는 대만을 지원하고 있고 호주는 미국의 편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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