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노민호 기자 = 우리 정부가 미국·영국·호주 등과 달리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캔버라 현지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 도중 호주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대한 질문에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선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를 권유받은 바 없다"며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호주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지정학적 입장에서 매우 유사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선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론을 재차 꺼내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문제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는 건 자국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은 허용하되, 정부 차원의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년 2월까지 우리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다시 검토할 만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는 이달 6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무슬림계 주민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과 기타 반인도적 범죄를 이유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외교적·공식적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미국과 함께 '파이브아이즈'라고 불리는 영어권 5개국 정보동맹 회원국인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 정부가 잇따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처럼 미국과 그 주요 동맹국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가 확연히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은 건 일단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섣불리 어느 한편에 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문 대통령 임기 말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애써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실제 문 대통령도 이날 회견에서 "한반도 평화·안정,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요구된다"며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은 '종전선언'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문 센터장은 "막판에 종전선언 가능성이 없어진다면 우리 정부도 베이징 올림픽 파견 인사 수준을 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미중 모두를 배려하는 셈이 된다"고 부연했다.

일례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 정부의 경우 중국 당국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장관급 인사가 이끄는 대표단 대신 일본올림픽위원회나 도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를 베이징 올림픽 때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 정부가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을 인권침해를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한 사실도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미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이유로 "문 대통령은 오히려 이번 올림픽 때 중국에 대표단을 보내는 게 북한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내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와서 갑자기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얘기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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