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진나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로 올린 데 이어 내년 1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15일 한은이 전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도 제23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 열린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 ▲임지원 위원 ▲조윤제 위원 ▲서영경 위원 ▲주상영 위원 ▲이승헌 위원(한은 부총재) ▲박기영 위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별도 의견을 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7명 중 6명이 물가상승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주상영 위원이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의사록을 살펴보면 A 금통위원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0월 중 국내 소비자물가의 오름폭이 크게 확대된 것도 일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긴 했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 가격의 전월대비 상승률이 지난 2017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비스물가도 비교적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가 기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동안의 금융불균형 누증으로 인해 소득 대비 부채 및 주택가격 비율, 장기추세 대비 괴리율 등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 관련 리스크에 대한 통화정책적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 금통위원은 "대출규제로 인해 가계부채의 상승세가 조금 둔화된 것으로 보이나 기조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가격이 상승한 품목의 수, 에너지가격을 포함한 해외요인, 근원인플레이션율 상승, 그리고 2%를 상회하는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세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리인상에 따른 둔화 영향이 추세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과도한 유동성과 현실화돼 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금융 안정 측면에서 완화 축소해야"

C 금통위원은 "물가의 경우 소비자물가 전망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물가목표 2% 이상, 관리제외 근원물가도 내년 2%대 초반으로 상향조정됐는데 최근 물가상승 품목의 확산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상방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는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세와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이나 금융권 대출규제 강화의 직접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와 주택수급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어 상황을 종합하면 성장과 물가, 금융 안정 측면에서 모두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D 금통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도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수요 측 물가압력 증대로 금년 중 1%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과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 된다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 금통위원은 "반도체, 해상물류 등 다양한 부문의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수요측 압력이 더해지면서 대다수 국가에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개월 전에 비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대체로 물가안정 목표(2%)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나 기업의 생산비용 전가 가능성, 기대인플레이션의 흐름 등으로 볼 때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상영 위원만 동결 강조… "인플레이션 장기화 위험 크지 않아"

반면 주상영 위원은"물가 오름세는 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상승에 의한 것"이라며 "근원물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2월부터 올 10월까지 1년8개월 동안 1.6%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당행 조사국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1.8% 정도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주로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으므로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더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결합하는 금융·통화상의 강력한 긴축은 바람직한 정책조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1분기 금통위는 1월 14일과 2월 24일에 열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테이퍼링이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마무리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할 경우 자본 유출입 등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관련 부서에 질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