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중고차시장, 끝나지 않은 갈등 “생계 위협받는다” vs “소비자가 원한다”
(2) 반도체·요소수 대란의 교훈… 전 세계 자동차업계 ‘올 스톱’
(3) 車판매 직결… 개소세 개편 목소리 커진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중고차업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중고차시장은 허위매물에 성능 조작을 넘어 협박과 폭행 등 병폐가 난무했다. 소비자의 응원을 등에 업은 대기업은 시장 진출 준비를 마쳤다. 중고차업계 일부도 대기업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중고차업계의 환부가 제대로 치료될 수 있을까.

비율엔 합의… 기준은 상이

중고차시장 갈등 히스토리 /그래픽=김은옥 기자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완성차 및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과 상생안 도출을 논의했다. 하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중기부, 완성차업계, 중고차업계 등이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논의 이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는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논의에서 ‘2021년 3%→2022년 5%→2023년 7%→2024년 10%’ 등 4년 동안 단계적 진입에 합의했다. ‘10%’의 기준을 어디다 두는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완성차업계는 2020년 중고차 거래대수인 250만대를 기준으로 삼은 반면 중고차업계는 중고차 사업자 거래대수인 110만대의 10%를 고수하고 있다. 이른바 ‘A급 매물’로 불리는 물량 차이가 무려 14만대나 차이가 났다.

비슷한 이유로 매물 공익 입찰플랫폼에 대해서도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완성차업계는 소비자가 원하면 완성차 업체가 차를 매입한 후 인증중고차를 제외한 차를 공익 입찰플랫폼 등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제공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고차업계는 전량 공익 입찰플랫폼을 통해 모든 중고차 매매 당사자가 공개입찰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상생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해당 문제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로 넘겨졌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신청하는 것인데 이를 연말 안에 할 생각”이라며 “언제까지 끌 수는 없으니 시한을 정해놓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갈등을 겪는 사이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인증중고차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증중고차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수입중고차 업체들 다 망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영업하고 있고 이를 찾는 소비자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결정엔 소비자가 우선돼야”

볼보자동차 인증중고차 매장 볼보 SELEKT 부산 전시장_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단체들도 나섰다. 정부를 직접 겨냥해 감사 추진을 선포하는가 하면 토론회를 열어 해결책을 논의했다.

최근 진행된 토론회에서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현재 중고차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언급하며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중고차시장은 시장불신으로 인해 당사자거래비중이 54.7%로 이례적으로 높고 신차대비 중고차시장 규모도 2020년 현재 1.35배로 선진국의 2∼2.5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영세업체 중심의 객관적 품질 평가 시스템 부재 등으로 인해 중고차 수출경쟁력마저 취약하다”면서 “이러한 특성은 대기업의 시장진입 규제에 기인하는 만큼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고차거래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는 논의도 오갔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2020년 국내 중고차시장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2만대(신규등록 대수)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차 시장 대비 1.3배 수준은 중고차시장이 개방된 미국(2.4배)과 독일(2.0배) 등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적다”며 “이는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 여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목소리이고 이런 측면에서 여론조사 등의 결과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허용 여부가 논의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만큼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 결론을 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제품에 대한 비대칭 정보 불균형의 문제가 개선되는 것이며 누구든 정보 불균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 개선 노력 과정에는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