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다. 당의 대선 전략과 정책을 통할하는 전권(全權)을 받고 삼고초려 끝에 영입된 '책사'이지만,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 국면에서 뚜렷한 역할이나 지략을 선보이지 않고 한발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오히려 불협화음만 노출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삼각편대 진용을 짠 선대위를 발족했지만, 물밑에서 벌어지는 알력다툼과 권력투쟁이 보름째 이어졌다. 신속한 위기 대응과 계선 관리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 안팎에선 '조직 재편'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1일 야권에 따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물은 결과, 이재명 40.3%, 윤석열 37.4%를 기록했다. 지난달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해당 조사에서 두 후보의 순위가 뒤바뀐 것은 처음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목할 점은 이번 여론조사에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일부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전주 대비 0.3%포인트(p) 하락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4.6%p 떨어졌다. '후보 배우자의 논란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냐'는 문항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는 68.3%에 달했다.
정치권은 '가족 리스크'의 후폭풍이 윤 후보에 집중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강윤 KSOI소장은 "가족 문제와 사과 파동 직후 이 후보는 약보합, 윤 후보는 하락세를 보였다"며 "(두 후보가) 사과하고 수습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가 일단은 이 후보보다는 윤 후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목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쏠렸다. 실제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번 사태에서 '관망'에 가까운 자세를 보이며 소극적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윤 후보가 '공식 사과'를 하기 이틀 전인 15일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건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후보의 부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한다는 건 내 상식으로는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사과한 당일 오전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그가 윤 후보에게 사과 시점과 문안을 조언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사과한 직후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조율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 후보가) 다른 분과 조율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침묵'은 의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략과 메시지 관리 능력이 정작 위기 국면에서 발휘되지 않은 셈이다.
야권은 '구조적 한계'와 '불통'(不通)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지휘체계 전권을 쥐지 못해 일사불란한 대응과 관리를 하지 못했고, 윤 후보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한계점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내부 혼선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것이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의 '정면충돌' 사태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가 전날(20일)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윤 후보의 부인 의혹 관련 대응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를 지적하며 "대응을 잘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자,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당신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그럼 (당신은) 누구 명령을 듣나"고 되묻자, 조 최고위원은 "나는 윤 후보 말만 듣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돼 고성이 오갔고, 이 대표는 책상을 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의 발단은 '배우자 리스크 대응'이었지만, 그 저변에는 선대위 지휘체계를 둘러싼 '알력 다툼'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배우자 리스크 문제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지만,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소통채널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며 "김 위원장이 윤 후보의 부족한 정치경험을 메꿔주면서 선거 전략을 지휘해야 하는데, 이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선대위를 "테이프로 깨진 유리를 봉합해 놓은 격"이라고 비유하며 "위기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산만한 지휘체계와 윤 후보와 선대위의 소통 단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번 사안에서 강한 그립력을 행사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선대위 지휘의 전권을 장악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들이 후보와 선대위 중간에서 중재와 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계선과 윤핵관 정리를 매듭짓지 않고 닻을 올린 선대위의 치명적 한계가 전면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대위 조직이 모두 꾸려진 시점에 김종인 위원장이 합류하는 바람에 재편 시기를 놓쳤고, 결국 장악력을 행사하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선대위의 구조와 기능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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