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물러설 여지가 없으며, 서방 세계가 공격적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안전 보장 요구 제안 관련, Δ미·러 양자 교섭과 Δ나토-러시아 평의회 재개 Δ유럽안보협력기구(OSCE) 3개 채널을 통해 대화를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서방 비우호적 조치 시 가혹하게 대응"…핵 재배치 시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군 고위 간부들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일은 우리 문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냥 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계속될 경우 적절한 군사기술적 대응조치를 취하고, '비우호적인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행보는 러시아가 반대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내 군사활동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우호적 조치와 관련해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계속해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 침공 시 경제적 제재 등 혹독한 대가'를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가혹한 대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앞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나토에 대응해 중거리 핵미사일을 벨라루스 등 유럽에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내년 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국경인 동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간 충돌이 계속돼왔는데, 최근 들어 러시아가 국경 지역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온 러시아는 지난 17일 외무부 차원에서 미국 측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제안을 발표했다. 협상을 원하는 위시리트에는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美·나토 "대화 준비돼있어…우크라 방어 관련 타협은 없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안보 요구와 관련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방어 관련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렌 돈프리드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내달 러시아와 양자 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며 "러시아의 제안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인 날짜는 러시아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토-러시아 평의회(NRC) 재개 및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채널을 통해 러시아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나토-러시아 평의회는 2002년 나토와 러시아 간 협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양자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9년 7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새해에 가능한 한 빨리 나토-러시아 평의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의 협상에 있어 우크라이나 방어 문제를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나토는 러시아와의 모든 논의에 있어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의 모든 나라가 가진 자결권을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프리드 차관보는 "우리의 논의는 상호주의에 기반하고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며, 유럽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완전한 협력 하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럽 없는 유럽 안보 관련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몇 주~몇 달간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와 보급품을 계속 보낼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추가 방어 물자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르망디 4자 회담도 진전 보일까…러, 佛·獨 정상 각각 통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 관련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4자 대화를 의미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도 진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잇달아 통화하고, 러시아가 미국에 안전 보장 요구를 한 사실 언급 및 우크라이나 상황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노르망디 형식의 새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민스크 협정'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에 달려있음을 푸틴 대통령이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분리주의자와 우크라 정부군 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맺은 협정이지만, 갈등은 계속돼왔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는 어떤 형식으로든 러시아와 대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형식으로든 러시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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