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외교·안보정책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23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3개 부처의 내년도 업무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통해서다.
정부에 따르면 이들 3개 부처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는 2022년 업무계획을 서면보고했다.
각 부처 보고 자료를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이 내년 5월 퇴임 전까지 집중할 이 분야 최우선 과제는 바로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이다. 정부는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의 최우방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Δ미국·중국 간 패권경쟁 속에서 '전략적 경제안보외교'를 강화하고, Δ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도 가속화하겠다는 등의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올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거듭 제안한 이후 정부가 거의 모든 외교적 역량을 투사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그동안 종전선언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온 데 이어 최근엔 중국 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영준 통일부 차관은 이날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진행해왔다"며 "지금이 우리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특히 "종전선언은 급격한 현상 변동 없이도 남북미가 적대와 대결을 내려놓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접근"이라며 "남북·북미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종전선언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세간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2월 열릴 예정인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전기가 될 수 있다"(고위 관계자)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모습. 북한의 2018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선순환적 경험"이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일본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베이징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최근엔 미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무슬림계 주민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 의사를 밝혀 베이징 올림픽 계기 '빅 이벤트' 성사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종전선언 수용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 차관은 "일단 대화가 재개돼야 상호 관심사를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북한이 대화 재개 노력에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내년도 핵심 추진과제에서 한중관계 강화가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도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 올림픽 기간 정부 대표단을 파견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과) 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간다는 기본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 차관보는 특히 올해와 내년이 '한중 문화교류의 해'임을 들어 "내년에도 여러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중은 정상을 포함한 각급의 원활한 소통이 양국관계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내년 베이징 올림픽 계기 중국 방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경제안보 외교를 강화해 첨단기술 경쟁, 공급망 이슈 등 국제 정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와 재외공관 네트워크 등을 통해 경제안보 조기경보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 정부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한 동참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으나, 경제적 측면에선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론을 재차 설파했다.
외교부의 경제안보 TF가 앞서 중국발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요소수 대란' 당시 만들어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소위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미중 간 '줄타기 외교'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선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재차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2022년 5월까지) 전작권 전환'을 공약했었으나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해진 상황. 이런 가운데 미국 측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역량 평가(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차기 정부 출범 뒤인 내년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연합지휘소훈련·CCPT) 때 시행한다는 게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FOC 평가 시기는 현재 한미 군사당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전반기 훈련시 시행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투로 말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의 실질적 주체는 이미 차기 정부로 넘어가버렸지만, 문 대통령 임기 중에 그 절차를 재개했다는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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