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희망조약돌 이사장. / 사진=희망조약돌
사회의 틈새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사람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들이 있다. 특정 종교나 이해집단과 연관 없이 순수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힘을 합친 이들은 정부 지원금도 받지 않은 채 뜻을 함께하는 이웃들의 관심과 후원을 바탕으로 불철주야 국내 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설립된 국내 구호 전문 NGO단체 ‘희망조약돌’의 이야기다.
남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태 속에서 ‘내’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돌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이들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마음의 빚에서 시작된 봉사활동

단체의 출범을 주도한 이재원 이사장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이사장은 “거창한 출범 배경 같은 건 없다”며 “마음이 맞는 주변 사람들과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서로 가치관을 공유하다보니 희망조약돌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 봉사의 마음이 모여 하나의 어엿한 단체 설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새해 33살의 청년이다. 단체 출범 당시 20대 후반이던 그가 최초로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6.25 전쟁을 딛고 한국의 산업발전과 민주화를 이끈 어르신들의 희생으로 풍요를 누리는 내 또래의 청년들이 오히려 어르신들을 ‘틀딱충’ 등으로 비하하고 혐오를 쏟아내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며 “마음의 빚을 갚고자 하는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설립 초기 희망조약돌의 사업은 국내 독거·빈곤노인 등을 돕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이후 후원자가 늘고 단체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빈곤가정과 학대 피해아동, 결손가정 아동, 미혼모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희망조약돌에 소속된 인력은 30여명 수준이다. 지원사업은 주요 지자체의 복지관 및 센터들 중 전문성과 평판이 검증된 곳을 대상으로 희망조약돌이 선정해 진행된다. 현재 희망조약돌과 함께하는 기관들은 많게는 3~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 베테랑들이다.

눈여겨 볼 점은 희망조약돌의 지원 활동은 모두 국내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이 국제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엔 사각지대가 많다”며 “이면에 가려진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국내활동에 전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체의 활동에 공감해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희망조약돌의 회원 수는 출범 4년 만에 2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유명 연예인들도 희망조약돌에 기부금과 구호물품을 후원하는 등 단체의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이 이사장은 “대단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정도로 빠르게 단체가 성장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내실 있는 구호단체로의 성장 추구

지난 4년 동안 단체를 운영해 온 이 이사장에겐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그는 “과거 모 대학병원 앞에서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을 진행하던 중 어떤 시민이 다가와 큰 금액을 기부하되 딱 3개월만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며 “기간을 3개월 식으로 정해놓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연유를 물었더니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분이더라”고 언급했다.


특히 해당 시민은 기부를 하면서 오히려 이 이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동안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봉사나 기부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다고. 이 이사장은 “그 분 앞에서는 감사의 표현 외엔 감정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캠페인 팀원들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며 “봉사와 기부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시대에 누군가에게는 실천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고 벅찼다”고 회상했다.

이 이사장은 봉사와 기부에 뜻을 품고 있지만 행동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한 번 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지금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습관처럼 하다보면 성공에 이른다고 조언한다”며 “이는 기부나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내 처지가 어려워서,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등을 이유로 봉사와 기부를 계속해서 미루다보면 결국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실행하고 이를 습관처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은 “안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유를 만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눈 감고 한 번만 실천을 해보면 된다. 봉사와 기부는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희망조약돌의 초심을 유지하면서 한층 내실을 다지겠다는 목표다. 그는 “포퓰리즘을 지향하지 않는, 내실 있고 실속 있는 최고의 국내 전문 구호단체가 되고 싶다”며 “세상에서 제일 지키기 어려운 게 초심이라는데 그 초심을 지킬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 하겠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