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후 한 달 보름여 지난 12월 4째주, 대선을 앞둔 당이 격랑을 맞닥뜨렸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의원의 갈등, 이로써 촉발된 이 대표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 사퇴, 윤 후보 지지율 하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등 굵직한 사건이 당에 차례로 닥쳤다.
◇이준석, 조수진과의 갈등…당대표 선대위 전격 사퇴
25일 야권에 따르면 이번 주 국민의힘을 가장 먼저 달군 사건은 당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대표와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 간 충돌이었다.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선 둘 사이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가 조 의원에게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자신을 공격하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니 이를 정리하라는 취지로 말하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당신 명령을 들어야 하나'고 따지면서 발화됐다.
이에 이 대표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그럼 누구 명령을 듣나'라고 묻자 조 의원은 '난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왔다.
같은 날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을 일부 언론인들에게 공유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냥 알아서 거취표명 하시라"며 조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 최고위원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대표는 이튿날인 21일 오후 4시로 기자회견 일정을 잡으며 "조 최고위원이 떠나지 않으면 내가 떠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튿날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은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향해 사과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21일 "제가 볼 때는 경위 여하를 따지지 말고 당 대표가 상임위원장이니까 (조 단장이) 사과를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김 총괄위원장도 "이 대표가 격앙된 반응을 했는데 내가 판단하기로는 조 단장의 발언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어제 발언이 과하고 잘못됐으니 이 대표에게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오늘 오전 조 단장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에 압박감을 느낀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인 오후 3시쯤 사과를 위해 당대표실을 방문,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이 대표를 기다렸다. 하지만 약 1시간 후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기다리는 당대표실을 지나친 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면 이것은 선대위 내 (제)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조 단장이 어떤 형태로 사과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당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표실 밖에 있던 취재진으로부터 사퇴 소식을 들은 조 단장은 "나이를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날 저녁 이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시간을 끝으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윤핵관·매머드 선대위 도마 위로…'일일점검회의'로 극복 시도
이 대표 사퇴의 표면적 원인은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윤 후보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선대위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있다고 판단하며 윤 후보의 '불통'에 답답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조 최고위원이 본인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윤 후보의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사태가 커질 때까지 후보에게 상의한 것인지, 후보가 조 최고위원에게 어떤 취지로 명을 내렸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몰아세웠다.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간에 전달이나 보고가 정확히 안 되면 굉장히 위기적 상황이라거나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간 전달자로 '윤핵관'을 지목했다.
윤 후보는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 총괄위원장과 약 40분간 면담을 한 후 김 총괄위원장에게 선대위 재편을 위한 전권을 넘겼다. 선대위는 최종의사조정기구인 '일일조정회의'를 신설, 하위 6개 본부와 직능의 의견을 취합·조정해 하나의 메시지를 맞춰나가는 개편을 단행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제기된 '본부장급 일괄 사퇴' 등 전향적인 조직 축소 방안은 없어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黨·尹지지율 하락…"후보·당 정신차려야" 당내 우려 고조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갈등·'윤핵관' 논란에 휘청이는 사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당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개사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2일 실시해 23일 발표한 12월 4주 차 전국지표조사(NBS) '대선후보 지지도'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윤 후보는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응답률은 2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2주 전 발표된 12월2주 차 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는 3%p, 윤 후보는 7%p 각각 하락하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2%p에서 6%p로 벌어졌다. 특히 윤 후보는 당 후보 선출 이후 해당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직전 조사에 비해 50대 이하 연령대에서 모두 하락한 가운데 특히 20대(10%p↓)와 50대(13%p↓)의 낙폭이 컸다. 이념성향 벌로는 중도층의 윤 후보 지지율이 35%에서 23%로 크게 하락했고 보수층에서도 65%에서 56%로 2주 사이 9%p나 빠졌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단초를 제공한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난맥상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쇄신 요구가 빗발쳤다.
3선 의원인 김태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는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도구다. 취하지 말고 넘겨짚지 말고 오버하면 안 된다"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모든 구성원들이 무릎 꿇어 다시 반성하고 정권교체의 진심을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 3선 의원 역시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지율은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선대위가 하는 짓을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선대위 내에서 이전투구나 하고 있고, 일사불란하게 선거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사면 확정…환영·걱정 엇갈린 국민의힘
휘청이는 국민의힘에 곧이어 또다른 거세 파도가 덮쳤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75일 앞둔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전격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환영'의 뜻을 일제히 밝혔지만, 사면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고심하는 상황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적폐 수사'의 상징으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또 기존 강성 보수층 지지율 이탈 가능성 역시 국민의힘으로선 난감한 문제다.
윤 후보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그는 "'우리'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했던 제1야당이 '우리'라는 표현으로 다시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김 총괄위원장과 이 대표는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정치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지만, 크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여권의 '이간계'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반간계(反間計)로 야당 후보를 선택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며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권성동 당 사무총장도 "한 분(박근혜)만 한 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야권 분열을 노린 술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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