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RCL) 위성사진 (38노스 DPRK 디지털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올 들어 주요 핵·미사일 개발 시설 가동 및 유지 보수 정황을 꾸준히 외부에 꾸준히 노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1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 제8차 당 대회 당시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로서 Δ핵기술 고도화와 Δ전술핵무기 개발, 그리고 Δ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제시했단 점에서 북한 내 관련 시설 동향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

반면 일각에선 "각 시설의 중요도를 감안할 때 군사용 정찰위성이 아닌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Δ계속 미국의 관심을 끌면서 Δ추후 북미 대화 재개시 협상용 '패'로 사용하기 위해 계속 이들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대북 관측통은 "미 정보당국도 초기엔 북한의 연이은 핵활동 노출을 '관심 끌기' 수준으로 봤지만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5메가와트(㎿)급 원자로 건물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38노스 DPRK 디지털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북한 내 주요 핵 관련 시설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먼저 가동 정황이 확인된 곳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이다. 이곳에선 지난 2월부터 방사화학실험실(RCL)과 이 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시사하는 정황들이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RCL은 영변 시설 내 5메가와트(㎿)급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폐연료봉)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할 때 가동된다.
영변 시설에선 올 2~7월 기간 RCL과 화력발전소 등 부속 건물이 가동됐다. 그리고 8월 말부턴 5㎿급 원자로와 그 주변 건물에서도 증기가 피어오르고 배수로 방류가 이뤄지는 등 재가동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영변 시설 내 5㎿ 원자로가 가동에 들어간 건 지난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영변 시설에선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 때 이용하는 우라늄농축공장(HEU) 증축 공사가 진행된 사실도 올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은 현재 황해북도 평산 소재 우라늄광산에서 채굴한 우라늄광을 인근 정련공장에서 '옐로케이크'(우라늄광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로 가공한 뒤 영변 시설 HEU 내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농도 90% 이상으로 농축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평산 우라늄광산과 정련공장의 경우 올해 영변 시설 재가동에 앞서 약 2년 전부터 계속 채굴 및 정련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및 정련 시설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38노스 DPRK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또 북한의 우라늄 생산 거점이 평산으로 옮겨가면서 2002년 이후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던 평안북도 박천의 우라늄 광산 및 정련공장에서도 올 들어 발전소 재건축 등 유지 보수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북한 위성사진 분석가 제이컵 보글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박천 우라늄 공장에 전기를 대던 석탄 화력발전소는 뼈대만 남긴 채 해체된 상태였다.
이외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출신의 북한 전문가 후루카와 가쓰히사는 평안남도 강선 일대의 핵·미사일 개발 관련 의심 시설에서도 올 들어 주변 도로 확장과 건물 신축 등 현대화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선 지역에 위치한 '태성기계공장', 일명 잠진 미사일 공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중·단거리탄도미사일 개발·제조시설로 알려져 있다. 또 이 공장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3.3㎞ 거리엔 이른바 '강선 핵시설'이 있다.

태성기계공장과 강선 핵시설, 그리고 인근 백양산의 미사일 저장고 추정 시설 등은 모두 지하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백양산 시설의 산간 도로는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청년영웅도로)와도 연결된다.

북한 평안남도 '강선 핵시설'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38노스 DPRK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이와 관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영변·평산·강선 등 3개 시설에서 "활동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첫 번째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017년 11월부터 핵실험과 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고, 2018년 5월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폭파' 형식으로 폐쇄했다.

북한은 이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 내 일부 시설도 해체했었으나, 2019년 12월 이곳에서 신형 미사일 로켓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을 2차례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풍계리 핵실험장도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북한 평안북도 박천 우라늄 공장 일대 위성사진 (38노스 DPRK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대북 관측통은 "북한은 사실 핵무기 폐기나 핵개발 중단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며 "김 총비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를 약속하긴 했으나, 유에란 단어낸 재개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올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내년에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DIA는 풍계리 핵실험장 재건과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의 두 번째 정상회담 당시 '대북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꾸자'는 북한 측 제안에 영변과 박천을 포함한 북한 내 "5개" 핵시설 폐쇄를 요구,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북미 간 접촉은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1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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