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하르툼에서 시민들이 국기를 들고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혼돈이 가득했던 지난 한 해 세계 곳곳에서는 권위주의라는 어둠도 짙게 깔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내전과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1980년대 이후 그 빈도가 가장 높았다.
내전과 쿠데타는 필연적으로 빈곤을 야기하고 수천만 명의 난민을 양산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된 사람만 210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죽음과 범죄 대상으로 내몰렸다.

문제는 이 같은 비극이 주로 저소득 국가 위주로 발생하면서 해당 국가 국민들은 물리적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유래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같은 상황에 더 불을 질렀다. 선진국들은 양적 완화 등으로 팬데믹이란 경제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과 같은 저소득 국가들은 오히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식량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급격히 늘어난 쿠데타와 내전…아프리카의 눈물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지난해에만 네 차례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수단과 기니, 차드, 말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군부가 정권을 잡았다. 실패했지만 마다가스카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니제르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이 같은 쿠데타 시도는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최근 그 빈도가 높게 증가한 것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2001년까지 아프리카에서는 188번의 쿠데타가 있었다. 이 중 성공은 80번, 실패는 108번이었다. 아프리카가 2010년대 이후 쿠데타가 현저히 줄어든 이유는 대다수의 나라가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는데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는 부정부패와 경제 위기를 불렀고 불과 10년 만에 군부가 다시 돌아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쿠데타가 전염병처럼 돌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쿠데타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다수의 국가가 장기간의 내전을 겪고 있어 사회적 혼란에 빠져있다. 소말리아는 좀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에티오피아 내전은 수많은 일반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기니, 리비아 등은 모두 다 내전이 진행 중이거나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불안한 정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와 보건 위기,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군부에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의료 체계 부담이 가중된데 이어 경제적 혼란까지 불러왔다"며 "식품 가격 등 물가가 4배 이상 급등하면서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군부는 민주주의로 세워진 지도자들의 무능과 국가의 빈곤한 상황을 내세워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 9월 기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마마디 둠부야는 "가난과 고질적인 부패로 인해 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BBC 등 외신은 아프리카 대륙은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이 더 컸다고 설명하며 팬데믹 이후 극빈층 인구가 5억 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에 따른 빈곤으로 현실 비관한 군중들이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을 지지하고 키스까지 보내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단 동부 게다레프 지역 바순다의 한 마을에서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분쟁은 기아를 부른다…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굴레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가 발표한 '2021 세계기아지수'를 살펴보면 내전과 쿠데타 같은 분쟁이 기아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굶주림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앞서 내전으로 언급된 소말리아가 꼽혔다. 다음으로 기아 수준이 '위험'으로 꼽힌 나라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예멘이다. 이들 국가 모두 모두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는 대다수가 중앙아프리카 혹은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인데 이들 지역은 전 세계에서도 기아 수준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월드와이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기아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양 지역 모두에서 기아는 심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아 지수로 살펴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기아 지수는 27.1인데 비해 유럽-중앙아시아는 6.5에 불과했다.

더욱이 컨선월드와이드는 잦아드는 무력 분쟁 속 기아와의 싸움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기아 지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소 폭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컨선월드와이드는 보고서에서 "기아와의 싸움은 위태로운 차질을 빚고 있다"며 "분쟁의 악화, 기후 변화와 관련 기상 이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와 보건 도전 과제, 이 모두가 기아를 유발시킨다"고 적었다.

프랑스 칼레 앞바다에서 난민을 태운 고무보트가 침몰해 최소 27명이 숨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빈곤과 분쟁이 부른 '난민'…외면하는 국제사회
저소득 국가의 권위주의 득세와 경제 위기가 심각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예년 같지 않다. 시리아 난민 사태 등으로 난민 위기를 겪은 유럽은 빗장을 더 강력하게 걸고 있고 미국도 이 상황에 개입하기를 꺼려 하고 있다.

당장 쿠데타 사태를 겪고 있는 미얀마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0개월이 넘었지만 국제사회는 실효성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유엔 상임이사국 내의 갈등도 있지만 더 큰 의미에서는 미얀마 상황에 개입하더라도 자원 등 경제적으로 얻을 이득이 없다는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미얀마는 민주개혁이 시작된 2005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빈곤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4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도버해협을 건너는 난민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프랑스가 영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난민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프랑스는 영국이 난민을 불법 노동자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 난민들은 해협에서 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죽음에 내몰리거나 거처를 잃고 추위에 사망하고 있다. 심지어 벨라루스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정치적 카드로 이용, 유럽연합 내 갈등을 부추기면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면서 당분간 분쟁과 빈곤, 난민 발생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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