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면서 자녀의 삶이 불행할 거라는 일방적 판단으로 어린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겨 살해했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고 오히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키우던 세 살배기 딸을 흉기로 9차례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지적이다. 흉부와 등을 수차례 찔린 딸은 세상의 전부였을 아빠 손에 목숨을 잃었다.
2018년 암호화폐 투자에 손을 댄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교제하던 여자친구의 임신을 알고 결혼해 아이를 막 출산한 때였다. 4000만원의 빚을 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29)는 회생개시결정을 받았고 가정이 파탄났다.
부인과 헤어지면서 딸인 B양 양육은 3년간 A씨 몫이었다. 2020년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A씨의 목을 졸라왔다. 무급휴가 날이 늘었고 일을 나가면 그만 둔 사람들의 몫만큼 야근해야 했다. 양육 부담은 더욱 커졌다.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A씨는 극단선택을 결심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B양의 목숨까지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2021년 8월15일, A씨는 양육을 도와주던 모친이 잠시 외출한 틈을 타 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본인도 극단선택을 시도했으나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지난 11월 법원은 딸의 목숨을 함부로 앗아간 A씨에게 징역 13년과 2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를 보호·양육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이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하면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나이 어린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겨 살해했다"며 "3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생활고와 열악한 근로환경, 양육부담 등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렀고, 사랑하는 딸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딸에 대한 죄책감을 표하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1심 선고 후 A씨와 검사 모두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