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故)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엄수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장례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케이프타운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타보 막고바 현 케이프타운 대주교의 집전으로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 이틀 동안 소박한 소나무 관에 안치된 투투 대주교를 보기 위해 수천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지만,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은 고인의 뜻에 따라 차분하고 소박하게 진행됐다.
성당내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로 100명으로 제한됐다.
장례식엔 미망인 레아 투투 여사와 그의 자녀 4명을 비롯해 가족과 친척들을 중심으로 참석했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타보 음베키 전 남아공 대통령,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부인인 그레이스 마첼 여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총리 등이 함께했다.
추도사 외에 별도의 공식적인 연설은 없었다.
NYT는 "남아공의 또 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경기장과 고위 인사들의 행렬보다 훨씬 조용했다"며 "그것은 투투 대주교가 정확히 원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장례식을 특별 공식 1급 국가 행사로 지정한 라마포사 대통령이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고, 남아공의 국기를 레아 투투 여사에게 건넸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그가 처음 우리를 '무지개 나라'라고 말했을 때, 남아공은 다른 곳이었고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며 "그는 우리 국민의 삶에 있어 또 다른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떠났다"고 애도했다.
그는 이어 "고인은 그의 조국인 남아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유와 정의, 평등, 평화를 위해 투쟁한 십자군"이라며 "그는 우리의 도덕적 나침반이자 국가적 양심"이라고 말했다.
투투 대주교의 오랜 친구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팬데믹과 고령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직접 서명한 편지를 유족에게 전달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투투 대주교와 달라이 라마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만나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지난 2016년 '기쁨의 발견'이란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화장을 한 뒤 유골은 나중에 따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당 안쪽 제단 부근에 안장될 예정이다. 투투 대주교는 죽어서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시절 조성된 무덤에 묻히길 원치 않았다고 한다.
장례미사 시작 전에는 비가 내렸지만, 미사가 끝난 후 그의 관을 영구차에 싣기 위해 대성당에서 나올 때는 비가 그치고 태양이 밝게 빛났다고 한다.
투투 대주교는 지난달 26일 90세의 일기로 케이프타운의 한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선종했다.
고인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비폭력으로 맞섰고, 1984년엔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년 뒤 흑인 최초 케이프타운 교구 대주교가 됐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이 되면서 백인 정권이 종식된 뒤에는 진실과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실규명을 전제로 한 용서와 화합을 설파했다. 흑인 정권의 장기 집권 중 부패 의혹이 제기되자 강력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투투 대주교는 또 평생을 성 소수자 권리와 교육 평등권 등 운동을 강하게 지지했다.
그는 2013년 타계한 흑인 자유투사 출신의 만델라 남아공 초대 민선 대통령, 최후의 백인 소수 정권 대통령으로 2021년 11월 별세한 데 클레르크에 이어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남아공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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