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모습. 2021.6.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류석우 기자 = 검찰개혁의 양대 축인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후 약 1년이 지났다. 수사 대상의 신분, 범죄 혐의 등에 따라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수사 권한을 나눠가진 상태에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득보다 실, 성과보다 패착, 칭찬보다 비판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인권친화적 수사를 표방한 공수처는 끊임없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 인권침해 논란에 시달렸다. 6대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된 검찰은 그 능력과 의지에 있어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수사기관이 3개나 있음에도 특검 도입 주장이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건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이 없다'는 뜻과 다름없다.

특히 피의자를 사망으로까지 몰고 간 '중복 수사' 논란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품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자 신중하게 풀어나가야 할 모두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졸속 입법에 조사 받는 사람만 '고충'…권한·책임 두고 엇박자도

'중복 수사'는 검찰개혁 논의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였음에도 정치권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급하게 법을 통과시켜 시행했다. 그 결과 일부 사건관계인들은 지금도 두 개 이상의 기관에서 여러 번 조사를 받으며 진술을 되풀이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사건 관계인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행정력 낭비까지 초래하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 수사를 받다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를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에서도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결국 김씨는 받지 않아도 될 조사를 한 번 더 받은 셈이 됐다.


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채용 의혹 사건도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들이 기소를 위한 사건 이첩 후 다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했다. 검찰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해 공수처가 구성한 범죄사실 중 일부를 바꿔 재판에 넘겼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윤중천 허위보고서 의혹'은 검찰이 먼저 수사를 하고 있던 중 공수처가 검사 관할권을 주장하며 '허위보고서 의혹'을 떼내 수사에 나섰다.

두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는 양쪽 기관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공수처는 수사를 다 해놓고 기소를 다시 검찰에 맡겼다. 검찰 조직을 견제하는 공수처의 존립가치와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검사 공소권을 포기한 것이다.

여기에 기관 간 협의 및 수사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검찰과 경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에서 보여준 엇박자는 그 단적인 예이다.

당시 검찰이 찾지 못한 휴대전화를 경찰이 확보했는데, 경찰이 유 전 본부장의 다른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영장을 신청한 사이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2021.12.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인권 침해, 행정력 낭비…책임 소재 불분명해 혼란 불러와
또한 권한이 분산되며 수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보니 사명감과 의욕이 떨어지고 이는 수사력 저하로 이어졌다. 과거엔 모든 책임을 1차는 경찰이, 2차는 검찰이 졌기에 책임 소재가 단순했다면 지금은 권한도 없이 괜히 나섰다가 '독박'을 쓸 수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는 "책임이 서로 분산되는 것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면서 "권한이 없는 걸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책임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은 형사사법 절차에 필요한 학문적 성과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면서 "제도를 수사기관별로 분리하는 건 적당하지 않다. 비효율을 당연히 감당해야한다는 전제 하에 중복 수사의 부담을 결국 국민에 지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권 분쟁도 문제다. 그나마 검찰과 경찰은 합리적 수사권 조정을 위한 법적 장치(대통령령)가 있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외엔 다른 장치가 없다. 그 사이 '유보부 이첩 개념' 논란 등 공소권 및 이첩을 둘러싼 기관 간 갈등은 계속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검·경·공수처 책임감 올릴 법적 보완장치 마련해야"
법조계에선 지금의 협의체 수준으로는 중복 수사를 막기 역부족이며 새로운 법안 혹은 규칙을 제정하거나 보완하는 게 최선이라 말한다.

김경수 변호사는 "상설협의체는 일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요청해 응하는 방식"이라며 "원칙과 기준을 정할 순 있지만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의 책임감을 보다 고취시켜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가 해야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정확히 구별하고 사건사무규칙은 대통령령 이상의 법적 효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내부적으론 검찰과 공수처,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만나 수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협의체도 공수처가 검찰, 경찰과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할 여력이 될 정도로 안착해야 가능하다"며 "지금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수처에 기소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검경 등 다른 기관에서 수사 중이라면 은폐·축소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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