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장은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각종 논란 속에 오는 21일 출범 1년을 맞는다.
검찰 개혁의 산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1년간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수사에 착수할 때마다 여야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렸고, '이성윤 고검장 황제조사'와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에 비해 수사 실적은 저조하다. 공수처가 입건한 24건 중 결론을 낸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이 유일하다. 초기 수사력을 집중한 이규원 검사 사건은 검찰에 기소권을 넘기면서 공수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검사 정원이 25명에 불과한 인력난, 공수처법 졸속 입법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해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조회 논란' 해명했지만…"광범위한 조회 이유 밝혀야"
대선 정국을 강타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적법절차였으며 사찰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하지만, 조회 대상과 시기를 선별했는지 여부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자들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통화내역'을 조회한 이유 역시 수사 상황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84명과 윤석열 대선후보 내외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사찰 행위'로 규정하며 공수처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세가 계속되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공수처의 설립 의지가 퇴색되고 수사에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납득할만한 추가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넘어 조회했다는 의혹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에 따라 적법하다는 설명만 하고 있다"며 "어떤 내부 결재라인을 거쳐 광범위한 조회가 이뤄졌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고발 사건 수사에 중립성 논란…"선별입건 폐지 정답 아냐"
공수처가 사건 당사자도 아닌 시민단체 고발사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수처는 검경과 달리 선별입건 제도를 운영한다. 고소·고발 등으로 사건이 접수되면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사건만 선별해 입건한 뒤 수사에 착수한다.
그런데 공수처가 이렇게 선별해 입건한 24건 중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사건이 7건에 달하면서 논란이 됐다.
사건명으로는 윤석열 후보가 입건된 '고발사주 의혹' 등 4건과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모두 정치적 논쟁이 상당한 사건이다 보니 입건 단계부터 논란에 휘말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고발사건이 주로 직권남용 혐의에 집중된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시민단체 고발인의 경우 사건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혐의보다는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고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도 고발 배경이나 사실관계가 모호하고, 직권남용의 법리상 해석이 까다롭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입건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선별입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진단이 잘못됐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도 시민단체의 고소고발 난립으로 비롯된 폐해를 인정하고 자동입건에 대해 여러 개선 방안을 고민했던 상황"이라며 "중요 사건에 집중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건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인력난 공감하지만 수사력부터 향상돼야"
공수처는 처·차장을 포함해 검사 23명이 입건 여부 결정과 각종 행정업무, 수사까지 도맡고 있다. 자체 수사관 35명에 맞먹는 인원이 파견된 경찰 수사관 34명도 이달 말 전원 복귀한다.
행정 직원도 법상 20명 이내로 제한돼 있어 고발사주 의혹의 주임검사를 맡은 여운국 차장이 대국회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입법을 통한 수사·행정 인력 확충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공소부가 사실상 공석인 상황에서 검사 범죄 등을 직접 기소해야 할 때가 오면 인력난이 지금보다 가중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입법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두 차례 채용 과정을 거쳤지만 정원 25명을 모두 채우지 못한 선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인력의 수사력을 키우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인력 충원을 한다고 해도 존폐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좋은 인재가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양적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뛰어난 수사 역량을 보여줘서 먼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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